하나는 A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몇 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그 일을 오늘 알게 되었다. A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아니면 병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A가 죽기 전에 그에게 있었던 사건을 생각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 일을 오늘 어쩌다가 알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의 삶이, 하지만 그는 나름의 이름을 얻고, 아마도 살면서 그 명성을 누리기도 했을 텐데, 이렇게 끝나버리고. 그에게 관심을 가질 사람, 그의 작품을 기억할 사람이 세상에 1백 명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그 사람의 작품에 크게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어떤 위치, 뭐랄까, 새롭고 독창적이라는 이름, 어떤 아이콘, 어떤... 아무튼 그런 타이틀을 달고 지내던 사람이 죽자, 그냥 그대로 끝나버리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 50년 100년 전의 작품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걸 보면, 그의 그 독창적이고 새롭다, 라는 타이틀은 20년도 채 살아남지 못 하고 끝나버린 것이다. 허무하다. 모든 게 너무 빠르기 때문에, 빠르게 성공하고, 빠르게 타이틀을 얻고, 하루아침에 말이다. 그런 뒤에 빨리 끝나버린다. A가 죽었다는 사실, 그 사람을 직접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실제로 교류하던 사람이라는 것. 그러니까 그렇다고.
두 번째는 B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B와 두세 번 만난 적이 있고, 그가 이
분야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하지만 오늘 우연히 B가 일하는 곳에 방문하게 되었고, 그가 거기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B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 사람을 거기서 만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기 때문에, 하지만 나가는
길에 B를 알아보았지만 굳이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그냥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오는 것이, 인사를 하지 않고 집에
돌아와 이런 일기를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에게 인사를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B가 거기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B는 이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고, 어쩌다가 그 일을 하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 분야를 전공하고 있고, B가 일하는 바로 거기 지원서를 냈으며, 아무런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B를
마지막으로 만난, 6개월 전에 우리가 이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B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오늘 그곳에서
일하는 B를 만난 것이다. 내가 지원하고 연락을 받지 못한 바로 그곳에서 말이다. 나는 그들이 내 지원서에 답장하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바로 그 이유에서 B가 그곳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있고, 애쓰고 있는 반면에 B는 그 분야와 상관없고,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내가 이런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오늘 내게 일어난 일과
상관없이,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진지하고, 항상 너무 진지해서, 그 일과 계속 멀어지게 되는 느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