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4일 월요일

보이지 않음에 관한 주석

보이지 않음과 보기 힘듦이 동의어였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저물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보이지 않는 것들과 보기 힘든 것들, 가령 너무 멀리 있어 관측이 어려운 어떤 별,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어떤 균 ―따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히 보이지 않는다.

한편 보이지 않음은 없음의 동의어 또한 아니다.
우리의 문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미치는 힘을 분명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막기 어렵다. 인류가 겸손을 배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위의 서술들을 배반할 가능성을 무릅쓰건대, 지금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후세에도 절대로 보이지 않으리라 호언할 수는 없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으로 한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 몇몇이 보기 힘듦의 지위로 강등된 것처럼. 박물학의 참된 목표는, 박물학자의 진짜 일은, 스스로는 확인할 수 없을지언정, 기록된 박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는지 <없는 것>이었는지 검증해줄 것을 후대에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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