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4일 월요일

흰 꿈개미

꿈은 무의식의 활동이라는 인간적인 접근과 별개로, 나는 꿈의 성질이 식물성이라는 주장에 매료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씨앗이 뇌를 양분으로 발아한다. 잠든 인간의 정수리 바깥으로 보이지 않는 뿌리가 만발한다. 신체 사지 말초를 향해서 줄기가 자라고 가지가 뻗친다. 잠든 인간이 팔다리를 뒤챈다. 꿈으로 꽉 찬 인간의 모습이다.

꿈의 씨앗은 본래 식물의 망령이다. 꿈의 시점이 이상하다 여긴 적이 있을 것이다. 배경은 익히 알던 등교길, 생활관, 회당, 벤치, 승강장이지만 너무 바닥에 가깝거나 너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감각, 이 감각은 그러니까 외래된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전염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때로 전혀 상상해본 적 없거나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경험해본 바 없는 공간이 꿈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꿈의 씨앗이 ―그러니까 식물의 망령이― 생전에 꿨던 꿈이다. 반복되는 꿈들은 같은 종의 식물이, 아주 튼튼한 식물이, 인간의 의식에 휩쓸려 죽거나 시들지 않고 세대를 거듭해 번성하는 증거다.

식물로서의 꿈의 연구에 가장 훼방이 되는 존재는 물론 꿈의 천적이다. 그것들은 꿈을 속부터 파고들어 인간이 꿈을 잊고 피로감만 느끼게 만든다. 병든 꿈이 무의식 아래로 침잠하는 광경이 꿈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한때 익충으로 개량해 악몽을 먹게 만들어보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그것들이 좇는 것이 꿈 그 자체보다는 꿈에 배는 인간의 정서인 바, 무용한 일이 되고 말았다. 악몽에 스미는 인간의 정서는 주로 공포, 후회, 열패감, 무력감 등인데 이런 것들은 전혀 달콤하지 않기 때문에 개미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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