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6일 토요일

조랑말 속달 우편 배달부

내일까지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편지를 맡았고. 이 편지에 어떤 중요한 글이 쓰여 있는지 나는 모르고. 선서를 위한 배달부용 성서의 겉표지에 손을 얹었고. 배달 중에는 술과 도박과 색을 금하겠다고 하나님께 맹세했고. 맹세에 따라 아흐레간 열심히 달렸고. 역사에 다다르기 전까진 쉬지도 않았고. 내일 새 조랑말을 타고 조금만 더 달리면 될 것 같았고.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고. 그래도 잠들 수 없어 딱 한 잔만 하고 잠들기로 했고. 펍으로 가니 시끌벅적 술꾼들이 많았고. 총알로 싸구려 버번 위스키 한 잔을 사 마시는 이들이 있었고. 그 총알들을 모으면 총구에서 끝없이 불을 뿜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나도 바에 앉아 샷 하나 주문했고. 바로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고. 펍을 나가려는데 술에 절은 턱수염 하나가 나와 부딪혔고. 턱수염이 넘어지며 도박 중인 테이블 하나를 망가뜨렸는데 큰판이었고. 하필 도박판을 벌이던 이들 중 하나가 이 지역을 주름 잡는 거물이었고. 분위기가 참 험악해지고. 어떡할 거냐고 묻는데 나는 잘못한 게 없고. 턱수염은 일어날 줄을 모르고. 결국 내가 어떻게 책임을 지면 되겠냐고 되묻고. 나보고 테이블에 앉으라고 하고. 벌써 나는 카드를 받아 들고 있고. 사실은 카드놀이 제대로 하는 법도 모르고. 칩 다 털렸고. 돈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그만한 돈은 없고. 분위기 아까보다 더 어두워지고. 어쩐지 숙소로 못 돌아갈 것 같고. 그 편지가 전달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모르고. 지금은 편지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 내 걱정이나 할 때이고. 나는 잠이 안 와서 딱 한 잔만 하려고 했을 뿐이고. 오던 잠도 물러가야 할 상황에 이제야 잠은 밀려오고. 총구 앞에서 쩍쩍 하품이나 하고 있고. 드넓은 초원의 꿈이 펼쳐지고. 입에 샷 하나 들어가고.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