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2일 월요일

인사

나는 언니에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언니도 ‘안녕’ 답해주었다. 이처럼 모든 인사에는 그 답인사가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는 인사가 궁금했다. 그래서 언니에게 물어보았다. ‘인사가 뭐야?’ ‘사람들이랑 만나거나 헤어질 때 하는 거야. 그런 게 궁금했니? 인사는 반갑거나 친절하거나 격식이 있게 하는 것이 보통이야.’ ‘보통이 뭐야?’ 보통이 뭔지 나는 궁금했다. ‘언제나 그렇게 하는 거. 그게 옛날이든 앞으로가 되었든 사람들이 하는 거. 옛날이나 앞으로가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는 거야. 보통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어.’ 난 이상한 게 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언니에게 물어보았다. ‘이상한 게 뭐야?’ ‘평소와 같지 않거나 사람들 중에서 특이하게 눈에 띄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불러. 물건도 이상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이상한 물건이라 불러. 좀 생소한 걸 말하는 거야.’ ‘그러면 언니. 생소한 게 뭐야?’ 생소함이 뭔지 나는 궁금했다. ‘이상한 거랑 비슷할 수도 있는데, 전에 본 적이 없거나 좀 새로운, 낯선 것들을 말해.’ ‘그렇구나, 언니. 대답 많이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낯선 것이 뭐야?’ ‘이것도 이상한 거나 생소한 거랑 비슷할 수도 있는데, 익숙하지 않거나 눈에 익지 않은 걸 말해.’ ‘눈이 뭐야?’ 눈이 뭔지 나는 궁금했다. ‘네 눈썹 밑에 있고 코 위에 있는 거. 이걸로 주위를 볼 수 있어. 그리고 비유적으로는 마음의 창이라고 부르기도 해. 그 안에 있는 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가능하지.’ ‘마음이 뭐야?’ 마음이 뭔지 난 궁금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네 가슴 속에 있는 걸 그렇게 불러. 그건 침울해질 수도 있고 벅차오르게 될 수도 있어. 아무튼 자주 바뀌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하단다.’ ‘존재가 뭐야?’ 존재가 뭔지 난 궁금했다. ‘이건 조금 어려운(철학적인) 말인데, 사람이나 물건이 어떤 곳에 있는 걸, 그렇게 없지 않고 있는 상태를 말해.’ ‘상태가 뭐야?’ 상태가 뭔지 난 궁금했다. ‘네가 지금 이렇게 물어보고 있는 거. 과거나 앞으로의 일에도 이런 게 있을 수 있어. 정확히는 그때 어떤 사물이나 사람이 처해 있는 사정이나 모양 같은 걸 그렇게 불러.’ ‘모양이 뭐야?’ 모양이 뭔지 난 궁금했다. ‘겉보기로 그렇게 보이는 거. 꽃은 어떻게 생겼니?’ ‘예쁘게.’ ‘그럼 그렇게 예쁜 모양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이런 게 있을 수 있어. 아무튼 눈에 보이기로는 그렇게 보이는 거야.’ ‘언니, 그런데 예쁜 게 뭐야?’ 예쁜 게 뭔지 난 궁금했다. ‘보면 기분이 좋은 거? 그런데 이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모른다는 게 뭐야?’ 나는 모른다는 게 뭔지 궁금했다. ‘어떤 것에 대해서 이렇다 하게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해. 예를 들면 잔디 밭에 있는 풀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까? 알 수도 있겠지만 모를 수도 있겠지. 나는 모른다고 생각하는 쪽이야.’ 나는 생각이 뭔지 궁금했다. ‘생각이 뭐야?’ ‘넌 오늘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어. 그리고 백과사전을 사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생각은 이렇게 아직 남에게 알리지 않고 속으로만 갖고 있는 마음을 말하는 거야.’ ‘언니 고마워. 나한테 오늘 많이 대답해줘서.’ 나는 언니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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