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6일 화요일

오래된 필통

난 오래된 필통을 갖고 있다. 거의 중학생 때 산 거. 천으로 된 필통은 천이 다 해져 있고 보푸라기들이 솟아 있다. 나는 이 필통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오래된 물건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된 물건을 좋아한다. 가구 중에서도 앤틱 가구를 좋아한다. 그것들 겉만 오래되고 매끄러운 것처럼 보이고 속은 새것인 경우가 많지만(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안 사줄 것이다) 나는 별 신경 쓰진 않는다. 왜냐하면 한 5년 내로 가구를 내 돈으로 살 일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필통에는 컴퓨터용 사인펜 한 개와, 내가 주로 쓰는 샤프 한 개와, 4B 연필 두 개와(나는 곧 이것들을 쓰게 된다) 샤프심 통 한 개가 들어 있다. 그러고 보면 샤프심을 하나 사야 하는데.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샤프도 하나 사고 싶다. 지금 내가 쓰는 샤프는 샤프심을 반 정도만 쓰면 나머지가 부러져서 나오는 것 같다. 심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이 샤프도 꽤 오래된 것이다. 한 3년 썼나? 난 전에 비싼 샤프들에 관심이 있었고 그중에 하날 돈을 모아서 산 적이 있었는데(학교 다닐 때의 일이었다) 반의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 샤프를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조금 뻘쭘했다. 왜냐하면 비싼 샤프에 관심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하나는 내가 가방에서 오래된 필통을 꺼낼 때마다 웃곤 했다. 거기엔 쓸모없는 물건밖에 들어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1년 전쯤에 나오지 않는 볼펜 같은 건 다 버렸고, 이젠 다 쓸모 있는 물건들뿐이다! 다 실제로 쓰는 것들이다. 컴퓨터용 사인펜도 쓸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쓸 일이 있었다. 바로 누군가한테 사인 받는 용도로 그것을 난 내밀었다. 얼마 전까지 휴대용 연필깎이를 필통 안에다 보관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흑연 가루들이 새어 나와서 필통 안뿐만 아니라 가방까지 검은 기운으로 잠식한 적이 있었다. 이젠 못 쓰겠어서 그 연필깎이는 버렸다. 그래서 필통 안의 물건들이 아직도 새까만 채이다. 내가 내민 컴퓨터용 사인펜도 새까맣게 칠해져 있었다. 나는 두 달 동안 집에서 쉬었다. 그것은 요즘의 일이다. 그동안 난 카페에 자주 갔고 일기를 자주 썼다. 그랬더니 금방 시간이 지나가게 된 것 같다. 이제 난 왕복 세 시간 정도의 거리를 일주일에 두 번씩 통학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별로 익숙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작년부터 학원에 다녔고 그건 지금 생각해 봤을 때 꽤 재밌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험 같았기 때문이다. 다니다 쉬게 된 건 너무 쉬지 않고 계속 다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쉬어서 그런지 이제 그런 압박은 좀 덜해진 것 같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이나 학원에 가게 될 예정인 지금,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취미(그림 그리기)가 하나 새롭게 또 생긴 기분이다. 이런 나도 나중에 보면 오래된 물건인 것처럼 느껴지겠지. 조만간 나는 샤프와 샤프심, 그리고 마음이 동한다면 필통을 하나 사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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