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일 금요일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

등록된 출판사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는, 약간 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출판하지 않는다. (이 글의 스타일 자체가 좀 뻔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 출판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무엇을 출판하지 않기로 했는지 일주일에 두 번 공고가 올라온다. (그 게시판의 이름은 《불출간 소식》이다.) 올라오는 공고문의 제목은 일단 책 제목처럼 보이긴 한다. 『누구나 쓰는 자기개발서 가나다』, 『하룻밤 만에 대문호가 되었다?』, 『공산주의 사업의 정의 2』, 『社名을 찾아서』... 클릭해 보면 가끔 제법 그럴싸하거나 그저 그런 출판기획서, 흔히 아주 얼토당토않은 망상, 꽤 잦게 책 비슷한 것도 될 수 없을 무언가, 반수 정도 그 정의상 출판할 수 없는 헛소리인데, 언제나 마지막은 ‘우리는 이 책을 출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적어도 기획서의 형태일 때 그렇다는 것이고, 표지처럼 보이는 이미지 파일 하나만 딸랑 첨부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제목과 함께 대체 무슨 상관인지 모를 동식물과 풍경 사진 같은 것만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8가지 장면으로 훑는 세계번뇌사』... 이미지 외에도 동영상이나 음악, 무슨 기사의 링크며... 이 공고문들의 조회수는 꾸준히 10에서 20 내외로 유지된다. 도대체 누가 이토록 오랫동안, 끊임없이 그것들을 읽고 있단 말인가?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 출판사가 무탈하게 운영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약 2,000여 개의 공고문이 올라오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제목을 그토록 기다려왔건만...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회사 소개로부터 영감을 얻었음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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