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6일 금요일

미셔너리

우리가 그 맨션에 들어갔을 때, 사방은 조용했다. 한 사람이 복도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사람의 얼굴은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눈을 보면 조금 부어 있고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조용히 복도를 걸었다. 나왔던 사람은 말없이 문을 닫고 들어갔다. 우리는 특정한 한 집의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들 중 한 군데는 높이가 있었고 한 군데는 낮아 보였다. 그 사람들은 절대로 서로의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정신없이 카페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옆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즐거워하거나 기분 나빠했다. 우리 중의 한 사람이 걷기를 멈추고 이곳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우리 모두는 그 사람을 제지하고 그 사람을 부축해 와서 간신히 현관문 밖으로 옮겼다. 이 맨션은 우리가 연습용으로 미셔너리를 할 때 쓰이는 공간이다. 이곳은 비 오는 날의 빗줄기의 가느다람처럼 특별히 준비를 안 하고 오면 아주 위험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은 방금 한 사람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 사람은 다음 달에 외국으로 미셔너리를 나가야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정도로 위험할 정도라면 일정을 다시 고려해봐야 하는 걸지도 몰랐다. 이곳에서 긴급하게 한 사람을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무엇보다 안심을 시켜줘야 했다. 아무리 방 안의 풍경들이 정신없고 심란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들 선교자에게는 우선 마음가짐이 안정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안심하려고 하질 않았다. 우리는 급히 흩어져 이곳에 이미 들어와 있는 선교사들을 찾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 사람을 안심시켰다. 우리들은 갑작스럽게 사람 수가 많은 일행이 되었고 갑작스럽게 불러낸 데에 사과를 하고 나서야 선배 선교사들은 화난 얼굴을 하고 각자 있던 곳에 되돌아갔다. 우리들도 약간 화가 나 있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했는데 고작 이곳에서 한 명의 잘못된 경우가 발생하다니. 정신을 차린 그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며 가지고 있던 짐을 풀어 육포를 한 사람씩에게 돌렸다.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사람이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쌍둥이자리 뒤에 은은히 빛을 내는 물병자리, 그곳을 손으로 짚어 뭔가 점자처럼 튀어나와 있어 요철이 손에 느껴진다면 그것은 바로잡힌 오망성을 뜻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손동작은 그야말로 완벽했고 이것으로 쉴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는데 차단기란 ‘그’와 나 사이에도 있고 연단 앞의 사람들에게도 있고 이제 미셔너리를 떠나게 되면 그곳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있고(물론 거기서는 그 자신이 외국인이 되지만) 아무튼 감자에 싹이 나면 잘라내야 하는 것처럼 잘라낼 수도 없고 뭔가 그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차단기만이 이미 좀비가 되어 있는 4층의 사람들을 막아줄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침대와 각종 가구들, 그리고 식량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까 위험해진 사람을 우선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탐사 계획을 세웠다. 물론 연습만 하는 공간일 뿐이므로 탐사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들은 계획을 이미 세워 놨었는데 그들 중 벌써 낙오자가 생긴 것은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탐사를 여기서 끝내고 다음 기회를 기약할까, 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그런데 한 사람이 유치한 말을 하면서 그들에게 있는 어떤 포기하기 싫은 심정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 장소에서 그런 말은 아주 위험한 것이었으므로 삼가야 했는데 아마도 그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어쨌든 간에 모두는 이대로 나갈 수는 없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다시 맨션 복도를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3구의 좀비를 만났으며 일본도를 찬 한 사람이 좀비들을 격파했다. 그리고 이 일행은 옥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옥상은 아주 시원했고 여름날이었다. 한 사람이 옷을 벗고 속옷 차림이 된 채로 옥상 의자에 누웠다. 햇빛을 받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옥상에는 무해한 외국인들이 있었고 그들을 벌써 상대하고 있는 선배 선교사들이 있었다. 그 선교사들은 여름날에도 무척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게 지금 옥상으로 올라온 일행들의 눈에는 그렇게 마음에 들어 보일 수가 없었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려서 밤이 되었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미셔너리 연습용 헬기가 옥상 위로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잠옷을 입고 있었고 옥상 위에 있던 선교사들을 구조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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