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일 금요일

에세이를 쓰면서 느낀 책 (부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하루 8시간 주 5일을 일합니다. 정규직입니다. 30대 후반이라 체력도 부족합니다.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운동을 하고 밥을 먹으면 남는 시간은 책을 읽는 것도 부족합니다. 출퇴근 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터의 일은 자잘하게 바쁩니다. 집중해서 쓰려고 앉는 것이 어렵습니다. 쉬는 날에는 못다 한 집안일을 합니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식물 분무. 설거지. 빨래와 널기. 떨어진 생필품 채우기. 냉장고를 비울 수 있으면 비우고. 분리수거 하기. 청소기. 이러면 일주일을 조금이나마 사람답게 보낼 수 있습니다. 도시락을 싸 가기 시작합니다. 닭가슴살, 고구마, 토마토, 이것을 미리 삶고 굽고 씻고 냉장고에 소분하는 것도 쉬는 날 합니다. 닭가슴살이 양질의 단백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만, 캡슐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겁니다. 이것마저도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가족들은 제게 서운합니다. 집 근처에 사는데 가지도 않습니다. 애인은 나처럼 가족을 안 찾아가는 사람은 처음 본다, 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가족도 합니다. 체력이 버티지 못하면 낮잠을 자는데 낮잠이라고 말하기에는 밤잠에 가깝게 초과됩니다. 배달 음식을 시키면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다시 일주일이 시작됩니다. 글은 마감 직전에 썼는데, 시라서 다행입니다. 시는 머릿속에서 문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잘 쓰고 싶지만, 나는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아니, 노동자지만 시를 씁니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여성들에 비해 괜찮은 거라고 합니다. 아이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운동도 할 수 있고 낮잠도 잘 수 있고, 쓸 수 있는 시간도 있지 않겠냐고. 그런데 쓴 건 없습니다. 이게 다 제 게으름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누군가는 집을 떠나고, 누군가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쓴다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다고 느끼는 걸 보니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죄송합니다. 아직은 그런 말을 할 처지도 아니네요.


2021년 6월 25일

집에 있는 에세이 책을 모두 꺼내 펼쳐보았다.

2021년 6월 28일

어떻게 쓸지 알겠다고 느꼈는데 일어나니 모르겠다.

2021년 6월 29일

세상 사람들은 참 똑똑한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었다.

2021년 6월 30일

잠들기 전, 에세이를 쓰면서 느낀 책에 대한 소개글을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7월 1일 

백은선 시인의 산문집과 서윤후 시인의 산문집을 재밌게 읽었다. 이소호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있다. 

2021년 7월 2일

산문 기계처럼 쓰고 싶다.

수험생 유튜버들의 노하우를 글쓰기에 접목해보겠다고 다짐하고서는 히오스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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