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3일 월요일

장미 모양 초대장

내던져진 장미 모양 장식은 덧없는 것처럼 곡선을 그리며 공중에서 휘돌다가 떨어졌다.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것은 모험이 아닌 듯이 제 자리에, 지상의 바닥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나는 물로 입수했다……. 옆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저 밑 물이 있는 곳에서 헤엄치고 있자 오히려 그들과 나의 사이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아무도 이 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고, 나는 아래에서 소리쳤다. “내려와! 한 명이라도!” 내가 먼저 했으니 너희들도 하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초대장의 글자 형식이 아니었으나 나는 이 순간이 완벽한 것 같았기에, 뛰어내리기 전의 망설임을 아직 안고서 기분이 고양되어 있었다. 그 순간 한 명이 내 말을 따라 뛰어내렸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위에서 걸어 내려와 이 물가의 쪽으로 가까이 왔다. “적어도 한 명은 왔군!”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들과 별로 친하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아무 의미 없는 일에 더 몰입할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물가에서 내가 걸어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수건을 건넸다. 나는 그 수건을 이용해 몸을 닦고 물었다. “불 피워 놓은 곳은 어디에 있지?” ‘몸이 차군’ 나는 중얼거리며 안내해 주는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처음에 나 대신 내던졌던 장미 모양의 장식이 떠올랐다. 우리는 불가에 앉아 생선을 구웠고 그러다가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꾼 꿈의 내용이고 그 문제의 장미 모양 장식은 테이블 위에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놓여 있다. 꿈에 나온 게 아주 완벽히 이것은 아니겠으나 어차피 난 실내에서 혼자였으므로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자는데 안 한 적이 있었다. 어릴 때는 물에 들어가길 거부하니까 물속으로 내던져진 적도 있었고. 오래된 일이라서 그때 느꼈던 두려움은 희미하다. 내게 기이하게 여겨지는 것은 먼저 뛰어내린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한 명이라도 내려오라고 소리친 점이다. 뭔가 의미심장한 것 같았다. 난 꿈에 별다른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데, 오늘 꾼 꿈은 희한하게도 장 보고 있을 때도 생각나고 내 뇌리에서 없어지질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내가 먼저 했으니 너희들도 해.’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요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들마다 각자의 마음이란 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는데 비둘기 떼가 모여서 음식물 쓰레기봉투 주위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됐다. “지금 나는 비둘기들을 보고 있어. 그러다가 생각난 건데, 혹시 괜찮다면 오늘 사람들끼리 모이지 않을래?” “우리가 비둘기라는 거니? 너의 그 말버릇은 여전하구나. 비하하는 듯하면서 친근하게 구는. 그러나 조심하는 게 좋을걸. 그건 어쩌다가 모욕이 될 수도 있으니까.” “유념하지.” 사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생쥐이고(이 사실을 숨기려고 해본 적은 없다), 작은 생쥐가 아니라 생쥐의 머리를 하고 있는 인간에 가깝다. 이런 존재들을 ‘생쥐 인간’이라고 부르며 나는 같은 생쥐 인간들이 머무르는 데로 갔다. 그러니까 일종의 파티 장소로 나는 향했다. 맨홀 뚜껑을 열고. 아까 가지고 나온 장미 모양 장식은 내 바지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오늘도 그럴듯한 레퍼토리의 치즈 파티였는데, 우리는 치즈에 감싸여져서 그 안에서 진동하는 치즈 냄새와는 다른 냄새, 그러니까 빈 공동의 냄새를 맡아 거기로 향해야 했다. 물론 치즈를 그렇게 많이 준비할 수는 없었으므로 치즈 가루를 뿌린 스티로폼 안에 우리는 들어가야 했으며, 그것을 뚫고 올바른 장소에 도착하면 온전한 치즈 몇 덩이가 접시에 놓여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치즈를 찾아갔다……. 이것이 우리의 파티이다. 생쥐 머리를 인간의 머리로 바꿀 수도 있는데, 물론 우리들이 원천은 인간이니만큼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생쥐 모양의 가면, 탈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완전한 인간은 적성에 안 맞아서, 그리고 지하를 마음에 들어 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하곤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식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 치즈가 담긴 접시는 우리들이 좋아서 덤벼드는 것이라기보단 생쥐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상징화한 것에 가깝다. 한 명도 빠짐없이 남김없이 치즈가 담긴 접시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고, (냄새를 잘 맡지 못하면 생쥐 인간이 될 수 없다) 그러니까 이러한 이벤트는 단지 명목적인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어두운 빈 공동에 나와서 잠시 휴대폰을 꺼내는데 전화가 왔다. 나는 받았다. “그게 네가 날 내던진 모험이니? 어쩌면 긴장감이 없는걸.” 잠에서 깨어나 탁자 위를 보니 아까보다 그 장미 모양 장식과 덜 비슷하게 생긴, 그러나 그 장미 모양 장식임을 확신할 수 있는 열쇠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물론 나는 생쥐 인간이 아니었고……. 두 차례의 연속된 꿈을 나는 곧 잊게 된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