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1일 수요일

1





비 온다. 비 냄새가 좋다. 몇 걸음 걸어서 카페에 왔다. 카페에 사람이 많다. 왠지 내가 불청객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동네 사는 사람들. 몇 번 본 얼굴도 있다. 브런치 먹는 사람들. 커피는 이미 집에서 마셨기 때문에, 차를 주문했다. 차 한 잔으로는 비싸지만. 매주 수요일에는 45분간 집을 비운다. 여기서 일기를 쓰는 일의 장점은, 아무도 내가 쓰는 언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놓고 아무 말이나 쓴다. 어느 카페에서는 아무도 보지는 않겠지만 왠지 신경이 쓰여서 일기를 잘 못 썼던 것 같다. 아무도 볼 일이 없지만. 이게 중요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의식에 시달려왔는데, 거의 병적인 수준이지만,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지내온 것은 책을 읽고,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 가끔 사람들을 만나고 한 덕분이었던 것 같다. 아무도 관심이 없지만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있고, 설령 누가 본다 해도, 그것이 그 사람들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들, 그냥 한번 웃고 넘기겠지, 그런 일들을 내가 너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 사람들은 한번 웃고 난 후에 브런치를 먹으러 갈 것이고, 맛집 앞에서 줄을 설 것이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것이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이 이상한 일은 습관이 되어 좀처럼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그냥 한번 웃고 넘길 일에 전전긍긍하는 것 말이다.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내가 어느 정도 알아듣는 언어로 말한다. 하지만 마치 누가 듣지 말라는 듯 너무 낮게 말하는 바람에, 마치 중요한 부분을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 마치 그 낮게 말한 부분이야말로 이 대화의 핵심이라는 듯이. 차가 쓰다. 저 사람 얼굴이 낯익다. 이 근처에 사나?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걸 추적하듯이 따라가 볼 생각은 없다. 낯익다는 생각이 내 앞에서 지나가는 동안 나는 차를 마신다. 20분 남았다. 이런 걸 쓸 생각은 없었다. 사람들이 브런치를 먹고 집에 간다. 직원들이 그 브런치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그 브런치는 아마도 맛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맛이 없어도 괜찮을 일이다. 정해진 양이 정해진 방식대로 올려질 것이고, 그게 맛있다면 맛있고 맛없다면 맛없고, 누가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카페는 구글 평점이 낮다. 이렇게 브런치를 먹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혹은 브런치를 먹는 와중에, 그 브런치를 만드느라 뛰어다니는 직원들을 보면서 음식이 매우 늦게 나옴, 혹은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라니 추천하지 않음, 직원들이 불친절함, 커피 맛이 없음, 양이 매우 적음 주의 등등. 그들은 이런 것을 브런치가 도착하기 전에 혹은 먹는 와중에, 혹은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쓸 것이고, 그 평가는 아직 오지 않은 손님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