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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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쓰게 된다. 그냥 갑자기. 지금은 7월 15일이고, 35도이며, 토요일이다. 수요일마다 쓴다고 했는데, 수요일에 쓴 적이 별로 없는 듯하다. 오늘은 토요일에 갑자기 쓰게 되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더웠으며. 잠깐 걸어다녔는데도 땀이 많이 났으며. 수영장에 사람이 몰려서 샤워실이나 화장실에서 온갖 악취가 났으며, 문을 한 시간 후에 닫는다고 하는데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일하는 사람들이 짜증이 났으며, 짜증을 내는데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어이가 없었으며, 어이가 없어하는 사람들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나는 어제부터 나랑 약속한 게 있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수영장에 갔으며, 악취가 나는 와중에 샤워장 이용도 잘하고 나와서 머리를 35도의 더위에 말리면서 잠시 어딜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냥 갑자기 예고도 없이 쓰게 된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턱관절에 대한 상담을 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는 턱관절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다고 했다. 사실 자신은 심장 전문의인데, 어쩌다보니 턱관절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가면 아무나 만나게 된다. 내 문제는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하품을 할 때마다 말이다. 근데 문제는 내가 하품을 너무 자주 해서 가끔 턱이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피곤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일단 외출을 하게 되면 하품부터 난다. 하품을 하면서 걸어다니다 보면 피곤하고 그러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외출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외출을 하는 시늉을 하려고 외출을 한 것이다. 근데 누구에게 그 시늉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그게 내 근본적인 문제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백퍼센트 자몽으로만 만든 자몽주스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면 정말 상쾌하다. 백프로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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