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0일 월요일

사타내셔널

친구한테 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 난처해하는 걸 그냥 우겨서. 커피를 한잔씩, 밥을 한 끼씩 사주면서. 갑자기 무슨 시를 쓰겠다는 거야? 시라도 쓰면 좀 나을까 해서. 많이들 쓰는 거 같던데? 많이 누가? 그리고 하나도 나아지지 않아. 너한테 아무 도움도 안 돼. 네 생각은 그렇다는 거지?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시라도 쓸 생각. 답답하니까. 뭐가 답답해? 굳이 대답하지 않을게. 그래. 친구는 내가 써 들고 간 시를 두고 여러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했다. 이게 여기 있으면 이쪽이 좀 그래. 그럼 어떡해? 이렇게? 그래 그것도 좋아. 미안하네. 내가 가르칠 만한 입장이 아니어서. 하지만 노력 중이야. 이건 괜찮고 이건 아니야. 왜 아닌데? 글쎄... 이건 여기 이게 있으니까 아니야. 만약 이걸 그냥 둔다면 이쪽은 이게 좋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화내려는 게 아니라, 뭐가 괜찮고 아닌지를 어떻게 알아? 그걸 다 말하려면 너무 길어. 듣기 좋은 얘기도 아닐 거고. 그런 건 설명해줘야지 무슨... 맞아. 나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궁금하면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 가르치고 배운다는 게, 나 같은 아무나하고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 일도 훈련이 필요하고 나는 훈련되어 있지 않아. 그 사람들이 괜히 돈 받는 게 아니라고. 그래 알았어 알았어. 계속해봐. 이건 여기에 되니까 이렇게도 걸리거든? 내 생각엔 이게 여기로 오면 더 좋을 것 같아. 어때? 근데 이러면 상관이 없어지는데? 없어도 돼. 이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해. 근데 이러면 네가 쓰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래. 그런 거야. 그런 위험이 있는 거야. 그걸 기억해. 네가 쓰는 거야. 하지만 위험에 노출시키는 거야. 너는 자신을 놓치는 거야. 다른 걸 얻는 거야. 위험에 노출시킨다... 난 사장님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어. 사장님을? 그래. 그럼 그렇게 해봐. 하지만 또 기억해, 사장님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그렇지 않아. 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사장님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래. 네가 노출된 위험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네가 노출된 위험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위험에 사장님은 노출되어 있어. 그 어떤 사장님이라도 그래. 그 어떤 너라도 그렇듯. 그건 정말 답답해지는 얘기야. 그렇다니까?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지... 그런데 왜들 그렇게 쓸까? 네가 쓰려는 이유하고 비슷하겠지. 그런가? 사실 사장님, 사장님이 시집을 낸다고 난리야. 어떻냐고 자꾸 나한테 물어보잖아. 이상한 시를 뽑아서 주면서. 뭐가 별이 어쨌느니... 별을 무시하지 마. 기억해. 별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아니 이제 됐어 그 얘긴. 그럼 사장님 시를 평가해야 하니까 나한테 가르쳐달라고 한 거야? 아니야. 아니지 당연히. 기억해줘. 악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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