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6일 일요일

흡혈문화사

지금은 거적때기를 두르고 있지만 나도 어엿한 흡혈귀다. 피... 신선한 피 새로운 피를 찾아서 나는 헤매고 있다. 전에는 젊은이들의 피를 많이도 마셨지. 지금은 거적때기를 두르고 있지만, 망자의 말라비틀어진 목을 지금은 빨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새로운 피가 좋다. 아무리 맛 좋던 피라도 늙어버리면 지린내가 나고, 죽어버리면 녹을 핥는 거 같지. 시체들이나 예비시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 새 피를 원한다. 늙은이나 죽은 이의 피를 좋아하는 녀석들도 물론 있다. 난 그런 변태들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런 맛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맛이 아니야. 나는 지금 여기 이 땅의 젊은이를 찾는다. 눈이 빛나는 젊은이, 그러나 확신 없이 두려워 하는 젊은이, 교만한 젊은이 건방진 젊은이, 겸손하고 또 예의를 아는 젊은이, 옛것을 숭배하면서 경멸하는 젊은이! 무엇이든 배우려는 젊은이! 너무 많이 배운 젊은이! 거짓말을 하는 젊은이이고 진실에 튀겨질 준비 중인 젊은이를, 아, 소용돌이치는 젊음이여, 젊은이의 혈관 속에 소용돌이치는 피여! 잔뜩 목을 빼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저렇게나 많다. 떫고 역한 풋맛도 나쁘지 않지만, 그것도 개성이 있어야 좋다. 그것은 즉 새로운 피여야 한다. 새로운 피는 어디에 있나? 나는 검증된 피를 원한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피도 원한다. 우유처럼 부드러운 향을 원한다. 조금 비려도 좋다. 나는 열대의 과일향을 원한다. 나는 고소한 맛 산뜻한 맛을 원한다. 다채로운 맛을 원한다. 나는 깊은 맛을 원한다. 무너진 맛, 완전히 빗나간 맛도 나는 원한다. 나는 조금 이상한 맛을 원한다. 뜨겁고 차갑고, 달고 써도 좋고, 맛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양할수록 좋다. 다양한 피를 나는 원한다. 예전에 보았던 맛을 오늘날 다시 보길 원하고, 전례 없이 새로운 맛을 원한다. 나는 이 피의 맛과 저 피의 맛이 섞이면 어떤 맛이 나는지 알길 원한다. 피 위에 피를 더하고 싶다. 피와 피를 나누고 싶다. 나는 그렇게 피 칠갑을 하고 싶다. 나는 피 칠갑을 원한다. 나에게 뛰어들어라! 나에게 뛰어들어도 좋다! 나는 피 칠갑을 원한다! 나는 피 칠갑을 원한다! 피 칠갑을!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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