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3일 화요일

추심업자에 관한 메모

채권추심업자. 굉장한 직업이죠. 저는 채권추심업자들이 살해당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는 점이 대단히 놀랍다고 봅니다. 2017년에는 단 한 명의 추심업자도 살해당하지 않았어요. 이건 사실은 비상식적인 일이죠. 왜냐면 추심업자를 살해하는 것이 자본주의적으로 더욱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추심업이라는 직업이 어떤 조건에서 성립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채무 계약을 성립시키는 최소한의 조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채무가 성립하기 위해선 일단 돈이 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돈이 되돌아가기 위한 조건을 설정해야죠. 보통 우리는 그걸 시간으로 설정합니다. 즉 A는 B로부터 돈을 받고 그걸 되돌려주는 시점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A와 B의 채무 계약이 성립하고, 서로의 관계가 규정되죠, 채무자와 채권자로.

사실상 남한과 같은 과정상국가[주석]에선 이미 성립된 채무는 반드시 상환됩니다. 상환하지 않고선 최소정상생활마저도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추심업자는 채권자를 대변합니다. 채무자의 채무 관계는 추심업자가 아닌 채권자와의 관계죠. 추심업자는 채권자 그 자체는 아닙니다. 다만 채권자의 계약 이행은 추심업자와 채권자 사이의 계약에 따라 추심업자의 이득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이 추심업을 성립하게 합니다. 이 이득의 가능성은 비용으로 환원됩니다. 이 비용은 곧 채무의 이자를 통해 충당하게 되죠. 분명 여러 경제적인 법칙에 의해 채무에 일정한 이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타당하게 설명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자는 사실 추심을 위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겠죠.

자 아래의 대화를 눈여겨봅시다. 2020년 있었던 추심원과 채무자와의 대화입니다. 이 대화 후 추심원은 쓰리잡을 뛰다 회사에 걸려 해고되고, 이후 구직기간 동안 진 채무로 인해 추심당하다 자살했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신나는 부분입니다. 그 사람은 빚에 허덛이다 자살했어요. 자살햤어요. 자살했어요. 우린 이 일련의 대화를 통해 추심업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왜 돈을 갚지 않습니까? 돈이 없으니까요. 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습니까? 돈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부책임한 사람입니다. 뭐, 일단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갚을 수 있습니까? 나는 돈이 없는데요? 돈이 없는데 왜 돈을 빌렸습니까? 돈이 있는데 돈을 왜 빌립니까? 지금 저한테 화내는 겁니까? 씨발 그러면 안 됩니까? 이러시면 안 됩니다. 너무 감정적이네요. 그게 이 대화의 쟁점입니까? 쟁점이 무슨 말입니까? 당신은 지각 있는 한국인이 맞습니까? 저는 지각한 적이 없습니다. 너 오늘 지각한 거 다 알거든? 니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단어 하나 모른다고 나보고 조선족이라고 한 겁니까? 한국인이 아니면 조선족입니까? 그럼 외노자라고 한 겁니까? 니가 외노자면 안 됩니까? 저는 외노자가 아닙니다. 중명해보세요. 아니 제가 그걸 증명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고요. 언제까지 돈 갚을 수 있습니까? 월급이 나오면 갚을 수 있습니다. 월급은 언제 나옵니까? 오늘이 월급날입니다. 왜 안 갚습니까? 이미 당신들이 내가 가진 전부를 가져갔는데요? 아뇨, 갚을 돈이 더 남았잖습니까. 갚을 돈은 남았으나 내 잔고는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 25일이니까 다음 달 2일까지 갚으세요. 그건 안될 겁니다. 왜죠? 내 월급날은 한 달 뒤이기 때문입니다. 갚으셔야 합니다. 압니다. 근데 왜 안 갚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저랑 말장난 하십니까? 돈을 갚아야 하지만, 내겐 돈이 없고, 돈이 생기려면 다음 달 월급날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갚을 수 없다. 이걸 이해하는 게 어렵습니까? 투잡이라도 뛰어서 갚으셔야죠. 왜 그렇게 해야 합니까? 당신은 갚을 돈이 있으니까요. 갚을 돈이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합니까? 당신이 투잡을 뛰어서 제 돈을 대신 갚아주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당신은 받을 돈이 있으니까요. 저랑 장난치십니까? 제가 장난치는 것 같습니까? 이 채무가 당신의 채무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추심인입니다. 추심인의 목표가 뭡니까? 채권자가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왜 당신은 채권자를 돕지 않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왜 돈 없는 채무인을 대신해 투잡을 뛰어 돈을 더 벌어 채권자를 위해 채권 상환을 돕지 않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은 갚아줘야 할 돈이 있는데 왜 말로만 때우려고 합니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내가 돈이 없으면 당신이라도 갚아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당신은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저는 무책임하지 않습니다. 아뇨, 당신이 책임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미 채권자에게 돈을 갚아줬을 겁니다. 돈은 당신이 갚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록을 보셨겠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이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씨발 돈은 당신이 갚아야지, 왜 나한테 갚으라고 하냐 개새끼야. 니 엄마도 니가 돈 안 갚고 이러는 거 압니까? 저에겐 엄마가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사실은 있지롱. 씨발새끼야. 또 욕했어. 어제 당신 어머니랑 떡쳤는데,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이런 일 하는 걸 모르더군요. 울엄마는 건들지 마라 개새끼야. 울웜마는권듈지뫄라괘쇄끼야. 당신 어머니가 울며 안에 싸달라고 한 것도 기억납니다. 당신 어머니는 제게 오빠라고 부르며 행복해했죠. 오빠 안에 싸도 돼, 나 폐경 지났어. 당신은 당신 어머니가 폐경 지난 걸 알고 있었습니까? 당신은 당신 어머니가 임질을 옮기고 다닌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자 이렇게 상상해봅시다. 한 명의 추심업자의 목이 잘려 광장에 내걸렸습니다. 그렇게 세계의 추심업자의 수 a가 a-1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추심업자를 위한 전체 비용 b를 상정했을 때 추심업자 1에게 할당될 비용은 b/a에서 b/a-1로 증가하게 되죠. [그래프] 이렇게 당분간 전 세계적인 추심업자 살해가 지속된다면 추심업자 한 명이 가져갈 비용은 b/a-a’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겠죠. 이때 마지막 남은 추심업자가 살해되면 b/0으로 추심업자를 위한 비용 b는 모두 채권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즉 채권자는 추심업자를 모두 살해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 것이죠. 또한 채권자는 추심업자가 살해될 때마다 채무자와 비용 b’를 나누어 채무자에게 환원해 채권 회수를 가속화할 수도 있죠. [다이어그램] 이런 측면에서 추심업자는 채권자에게, 혹은 채무자에게 살해당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 대단히 상식적인 일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추심업자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는 점을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요. 제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합니까? 나한테 뭐 맡겨뒀냐,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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