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0일 화요일

마감날 풍경

며칠 전부터 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예 저장고에 들어가 살았던 이사야도 요즘엔 저녁때 맞춰 밖으로 나온다. 한창 더울 땐 나도 저장고에 내려가서 이사야와 놀았다. 어두운 저장고 한구석에서 이사야의 무지갯빛 허리띠가 부드럽게 빛났다. 관리인은 오늘 아침부터 안절부절하며 공연히 창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름을 지나며 관리인은 홀쭉해졌다. 보양식이라도 좀 챙겨 드세요 했더니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예 아무것도 먹질 않는다고 했던가? 하여튼 됐다고 했다. 다 지났는데 뭘. 올여름도 창고에 에어컨은 없었다. 여기 관리실에도 그렇다. 땀을 쏟으며 캐비닛을 한참 뒤졌지만 나의 마스코트 그림은 없었다. 관리인이 왈칵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감전된 것처럼 일어서다가 캐비닛 모서리에 정강이를 찧는다. 꽁꽁 닫고 뭐 하고 있어? 아녜요. 맘대로 뒤져도 되지만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말을 해. 다 들어왔어요? 아직. 좀 쉬어요. 뭘 걱정해요? 관리인은 대답 없이 다시 밖으로 나간다. 이사야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사야가 저장고의 어느 구멍으로 드나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