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0일 금요일

해적의 기념품

... LP를 사서 턴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음악 청취 그 자체보다는 일종의 의식에 가까워졌듯이, MP3를 검색하고 다운받아서 폴더 분류와 태깅을 하고 이미지를 삽입하고 파일을 플레이어로 전송하고 디지털 기록소에 항구히 아카이빙 해두는 것 또한 사이버 의식에 가까운 것. 그것은 사랑하는 장르를 다루는 애호가의 자세다. 그리고 그것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정신이다.

― 어떤 트윗

리추얼이 과연 공유하려는 마음의 시현이라면, 바쳐진 도구와 그 사용법인 의식이 그것 너머를 공유하려는 마음과 불가분이라면, 紅衛兵 선배들의 저 기묘했던 굿즈 지향과 관련하여, 구 문화의 파괴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모양 지닌 잡동사니로서 어록집과 배지들이 필요했던 것인 한편, 다음과 같이, ‘자본주의 祭儀’라는 비유가 어쩌면, 화폐들의 피할 수 없는 형체 상실과 함께 자신의 공유를 세계에 대하여 관철시켜 오던 그 힘을 서서히 잃고 있는 중이라면, 그렇다면 새롭게 도래하려는 애호는 어떤 종류의 것이며, 무엇들을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가?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 도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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