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3일 토요일

불로초를 바라는 듯이

불로초를 바라는 듯이 황제는 '시'를 가져오라고 했다. 눈앞으로, 그것을 만질 수 있게. 이제 거의 골동품에 가까운데도, 황제의 전자 두뇌는 멀쩡했다. 오히려 정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최신예의 해킹 공격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두뇌는 함락되지 않았다. 고물상에서도 값을 쳐주지 않을 것이 어찌 저리 굳건할 수 있을까. 융성과학자이자 빛 미장이인 덴트로비는 무릎을 꿇으며 양손을 바닥에 붙였다.

덴트로비는 황제와 가장 가까운 융성과학자였다. 거리상으로도 그랬고, 감정적으로도 그랬다. 은덕을 입지 못했다면, 덴트로비는 상인들에 의해 우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부젓가락으로 뇌를 헤집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황제의 타락과 악업에도 불구하고, 황제를 향한 사랑은 한참 전에 그의 목숨값으로 지불이 끝난 뒤였다.

하지만 빛 미장이로서 덴트로비의 의무는 황제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빛 미장이들은 노선을 돌려 해킹 작전을 포기하고 물리적 파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역할의 수행자가 덴트로비였다. 그로 인해 그는 괴로웠다. 역할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 여덟 명이 그의 역할을 대신 거부해주어야 덴트로비는 자신의 역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언뜻 이해되지 않겠지만, 빛 미장이들에 대해서는 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생리에 대해 안다면 당신 또한 덴트로비의 고뇌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덴트로비는 황제의 네 가지 방어막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네 가지 단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각각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벼려진 물건으로 황제를 지키는 네 가지 방어막의 성질과 일치했다. 성찬식은 만 년에 한 번 있었고 내일이 그날이었다. 덴트로비는 황제의 전선을 교체하게 될 것이었고, 그때가 황제를 네 번 찌를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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