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1일 목요일

음영

전기 모터를 단 배가 퉁퉁거리며 물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 위에는 낙후된 지역에 사는 주민 둘이 타고 있다. 이 배는 주민 둘이 같이 돈을 모아서 산 중요한 자산이다. 햇빛이 이 위로 따뜻하게 내려온다. 강 유역에는 물푸레나무들이 자라 있고, 처음 보는 식생의 장소가 펼쳐져 있다. 이 둘은 모험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 모험에는 긴장감과 비교적 안전하다는 느낌, 그리고 그 나라의 화폐가 들어 있는 멋진 벨트가 함께하는데, 이 둘에게는 화폐가 없다. 생계를 이어나가는 몸짓에는 어딘가 조용하며 고즈넉하고 하나의 그림 속에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가 있다. 둘은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배를 조종하거나 하며 옆얼굴을 이쪽으로 비추고 있다. 그 얼굴은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다. 둘은 대화를 한다.

주민1: 기다려야 하는군.

주민2: 맞아.

주민1: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주민2: 글쎄.

별은 관측 장치가 나오기 전까진 항해하는 사람들의 길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주민 둘이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둘이 하고 있는 것은 시계공들의 낡고 오래된 작업대처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그 순서와 리듬에 몸을 맞춰야 하는 직업적인 활동에 가깝다. 한 사람의 키는 꽤 큰 편이며, 나머지 한 명은 그보다 좀 더 작다. 둘의 성별이나 생김새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러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런 인상을 남겨준다. 주민 둘은 도중에 담배를 피운다. 이번에는 주민2가 먼저 말한다.

주민2: 맞아.

주민1: 응?

주민2: 기다려야 하는군.

주민1: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글쎄.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는 별로 중요한 의미가 정보가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은 개인들의 위치에 대한 것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달의 모양을 보고 날짜를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이 둘은 날짜를 세지 않는다. 이 둘은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 둘도 궁금해하고 있듯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이 둘은 다시 전기 모터를 단 배로 이동하고 있다…….

이동하던 도중, 둘은 이 낙후된 지역, 나아가서는 이 낙후된 나라의 정치 현실에 관한 걱정이 담긴 대화를 나눈다. 이 나라에는 두 가지의 세력이 있는데, 둘 중 어느 쪽에도 이렇다 할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물론 낙후된 지 너무 오랜 기간이 흘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 노력할 것 같은 쪽과 방향이 조금 어긋났지만 잘할 수 있어 보이는 쪽 중 어디를 지지하면 좋은 걸까? 전자인 후발 주자는 기세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지층의 한 표 한 표가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었다…….

한 명이 엽총을 발포한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새였던 걸까? 그 자리에 있던 새는 추락하여 배의 밑판으로 떨어진다. 한 명이 서둘러 새의 손질을 한다. 이동하는 배의 위에서 원거리 발포로 새를 잡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다. 추락하는 새가 물 위로 떨어진다면 그것을 건져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무언가를 그만둔다는 것은 그런 정확한 위치나 타이밍이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오래전에 그만두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도 때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안 그러면 새를 잡기란 요원한 일이다…….

둘은 강가에 배를 정박하고 나뭇짐들을 그러모아 불을 피운다. 그리고 꼬챙이에 꿰어진 새를 나눠 먹는다. 둘은 등 뒤에 엽총을 한 정씩 걸고 있다. 이곳은 야생의 큰짐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곳이다. 문득 햇빛이 다른 쪽으로 드리워져 한 명의 얼굴에 음영을 만든다. 그 음영이 걸린 쪽이 말한다.

음영이 걸린 쪽: 그 얘기 들어봤어? 이 글은 다분히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고려되었다는 것…….

음영이 드리워지지 않은 쪽: 들어봤지.

음영이 걸린 쪽: 그렇군.

전기 모터를 단 배가 시동이 꺼진 채로 미동도 없는 것 같다……. 둘은 조용히 새 구이를 먹는다. 모닥불이 꺼지고 한숨과 함께 그들 뒤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 글은 무엇을 상징하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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