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8일 토요일

새 같은 것

새들은 멀리서만 봐도 되고 가까이 가면 알아서 날아간다. 거리두기가 되는 피사체. 이 새와 저 새를 자세히 식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 자세히 아는 건 내 영역이 아니다. 알지 않아도, 이해하지 않아도 되니 새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눈앞의 변화다. 그런데 그 변화에 어떤 방향이나 갈망 같은 것이 있어서, 이해는 할 수 없겠구나 체념하면서도 대체 왜 저쪽으로 가는지, 어떻게 다함께 지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요즘 내가 새를 보는 곳은 거의 일터 마당이다. 언젠가 거기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머리 위에서 새 한 마리가 처음엔 큰 원을, 나중엔 점점 작은 원을 그리며 하강하는 걸 봤다. 동료는 아마도 황조롱이 같다고 했고 나도 그런 새를 TV에서 봤던 것 같다. 새가 움직이는 하늘 쪽을 보는데 또 다른 동료가 새 뒤로 보이는 게 무지개 아니냐고 했고 자세히 보니 그건 정말 색들 사이에 경계선이 희미한 무지개였다. 배경에 아직 풀어지지 않은 비구름이 있었다. 

일상에서 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새는 자주 내 시각을 이끈다. 내가 무엇을 볼지 새가 결정한다. 새가 움직이면 내 눈이 새를 따라가니까. 그러다 새는 날아가고 새가 지나간 자리나 그 주변을 바라보던 내 시각이 거기에 남는다. 이후의 행동은 새 때문에 본 것에 대한 일종의 반응이다. 지금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도 사후 반응. 

하고 있으니 지나간 시간들이 날아가는 철새처럼 느껴진다. 나는 철새들의 이동을 늘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