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4일 금요일

같은 것 같은

키가 작은 사과나무 그림을 보았다. 세 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연작이다. 삼면화는 아니다. 그림 속에는 동그란 안경을 쓰고 흰 셔츠를 입은, 조금 마른 듯한 남자가 들어 있다.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남자는 세 개의 그림 속에서 포즈와 방향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중앙의 사과나무는 그대로인데 주변에서 그 남자가 어떤 짓을 한다고 해도 그대로다. 나는 이 그림을 동료가 공유해준 jpeg 파일로 보았다. jpeg 파일에서는 열매 하나하나가 선명하지 않아서 더 많아 보인다. 남자조차 희미해서 아름다워 보인다. 우선 나는 이 그림을 엄마에게 전송해주고 싶다. 엄마는 예전에 집안에 그림을 걸어두게 된다면 그건 사과가 흐드러지게 열린 사과나무 그림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남자가 있어도 괜찮은가? 아무래도... 하지만 그는 그림 속 사과나무에 유심하다. 엄마가 이 그림을 본다면 그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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