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0일 일요일

부레옥잠 같은 것

아현시장의 화원을 찾았다. 주인에게 부레옥잠이 있냐고 물었다. 어제까지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고 했다. 찬바람이 불면 쉽게 죽는다고. 근처의 다른 화원들도 찾아가봤지만 다들 미련 없는 얼굴로 없어요 없습니다 말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연희동 화원에 전화를 걸었다. 어김없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덧붙이기를 종로의 수족관거리에 가보라고 했다. 거기 가면 물에 사는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고, 물에 사는 것을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찾아가보니 가게마다 늘어놓은 고무통 속에 부레옥잠이 가득 있었다. 찬 기운에 멍든 것들 중에 가장 색이 밝고 둥근 것을 하나 골랐다. 점원은 물과 함께 투명한 비닐봉지에 그것을 담아주었다. 끝을 묶어주는 손이 너무 빨라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여기 처음 와본 셈이지만 그는 수백 번도 더 이걸 해봤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종일 오가며 본 일들을 떠올렸다. 아주 다른 생각을 하기엔 손에 든 것이 있어 조심스러웠다. “가슴에 안은 게 뭐예요,” 옆자리 노인이 물어보기에 나는 봉지 끝을 조금 풀었다. “보이시지요?” 묻자 그는 “아니,” 하며 조금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좀 더 보여주고 싶어졌다. 헤맨 일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아서 이번엔 내가 그의 얼굴쪽으로 봉지 든 손을 가까이 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