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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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길을 몇 번 잃었으며, 가까운 슈퍼마켓이 어디인지 모른다. 그는 지방에서 왔고, 그가 살던 곳도 도시는 도시지만, 이 도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이다. 이 도시 사람들은 어쩐지 진중하고 심각한 톤으로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별거 없다. 반대로 그가 진중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그의 억양 때문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일요일에 도서관에 간다. 그것이 그의 종교이다. 가는 길에는 눈이 온다. 그는 도서관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잔다. 그게 그가 하는 일이다. 가는 길이 너무 피곤했으므로,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고, 너무 많은 가게들을 지나왔으며, 눈이 왔으며, 눈이 피곤했으며,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일단 앉아서 낮잠을 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낮잠을 자는 사이 시대가 변한다. 그는 자신이 뒤처지는 기분이 자꾸만 든다. 낮잠을 사는 사이 많은 게 변해있다. 새 카페가 생겼고, 비건 케익을 파는 카페이고, 비건 가죽 자켓을 입은 사람들이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는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값이 비싸다. 이 동네가 이제는 유행이다. 그가 커피를 마시는 사이 누군가 다가와 그의 조끼가 멋지다고 말한다. 그는 이 조끼가 자신의 할머니의 친구가 아는 사람에게 우연히 선물받은 것인데, 그걸 할머니가 달라고 졸랐고, 그래서 할머니 친구가 하는 수 없이 줬고, 할머니는 그걸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한테 선물했고, 내가 집에서 나오던 날, 가족들 몰래 가려고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거나 쑤셔 넣은 그 가방에 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걸 물어본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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