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일 금요일

눈보라산장

‘눈보라’ 출판사가 버려진 산장에 들어앉은 지도 어느덧 삼 주째. 아직까지 손님이라고는 몇 마리 장님거미밖에 없었던 이곳에,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야말로 파묻어버릴 기세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에서, 드디어 불 켜진 산장, 아니 출판사로 발굴되듯 들어온 이 사람은, 머리털과 어깨 눈썹에 가득 달라붙은 눈도 털지 않은 채, 지고 온 배낭부터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뭔가를 꺼내려 한다. 빵빵한 배낭 깊숙한 곳에서. 어쩐 일이십니까? 물으니 그는 안녕하세요, 한다. 목소리가 이상하다. 잘 보니 그는 울고 있다. 눈가부터 뺨까지 그의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얼어붙어 있다. 얼어붙은 눈물 위로 눈물은 계속 흐르고 있다. 괴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광경이다. 그는 추위로 빨개진 얼굴을 찡그렸다 풀었다 한다. 얼어붙은 눈물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 자리에 새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정말 그랬다. 한참 배낭 속을 헤집던 그가 드디어 건넨 것은 두툼한 서류봉투인데, 그토록 깊숙한 데서 나왔음에도 얼음장처럼 차갑고 슬프다.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까지 이렇게 찾아올 사람들이란. 그의 눈물이 멎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그를 난로 앞으로 안내한다. 막 켜진 난로의 요란한 소음도 이제 잦아들고, 우리는 오랜만의 온기에 목소리가 난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의자에 몸을 묻고 눈 감은 그에게 우리는 수건을 준다. 바짝 마른 수건은 거의 바스라질 것 같다. 그걸로 얼굴을 닦으면 피가 날지도 모른다. 당신이 우리 후손들의 자매나 형제입니까? 우리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는 여기까지 왔고 우리도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난로 속의 일렁이는 불꽃, 매캐한 석유 냄새, 미친 바깥으로 비집고 나가려는 소리, 들어오려는 소리, 농담 유령들이다. 그의 원고를 읽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다. 우리의 일이다. 그의 원고는 읽을 필요도 없다. 창밖엔 눈보라다. 우리는 피눈물을 흘리며 읽는다. 헷 헤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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