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5일 수요일

여덟

 




카페에 왔다. 덥다. 왜 덥지. 오늘은 날씨가 좋다. 영상 5도다. 티셔츠에 스웨터 비슷한 걸 하나 입었는데 앉아 있으니 덥다. 아무튼 구석 자리에 앉아 있다. 사람이 많아서 구석에 앉은 것인데, 사실 나는 사람이 많이 없었어도 구석에 앉았을 것이다. 내 옆에는 벽이 있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햇빛을 쬐러 야외 테이블로 나가고 있다. 나는 계속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이 카페에서 몇 주 전 수요일에 뭔가 썼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수요일에 쓰는 사람인 건 아니다. 오늘이 우연히 수요일인 것은 사실이다. 우연히 그 사람이 왔던 카페에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은 아니다. 갑자기 하품을 했다. 갑자기 할 말이 없다. 어제 우연히 남의 뒷담화를 하다가 뒷담화 할 게 없어지자 할 말이 없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인데, 내가 없는 사이 나에 대해 뒷담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했고, 내가 화장을 하지 않으며, 머리숱이 없고, 입술에 색깔이 없으며, 말투는 왜 저렇게 어눌하며, 내가 그들이 믿고 있는 한국인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얘기를 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상대방도 더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나는 정적이 깨지기를 기다렸고, 그들은 한마디 말 없이 자신이 원래 하던 일을 했다. 나도 한마디 말 없이 내가 하던 일을 계속 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