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정원과 거미

나는 정원에 거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거미는 사람 머리 위에 거미줄을 친다. 그러면 사람은 자신의 머리 위에 거미줄이 있는 것을 보아 넘길 수 없기 때문에 머리 손질을 하는 것이다.
머리의 일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아니, 괴롭히는가? 그 사람이 머무르는 곳에는 정원이 있고, 찬장이 있고, 거실이 있다. 찬장 위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다. 어느 날 머리에 거미가 붙은 채로 들어와서 거미를 떼어내려고 하는 손질을 처음으로 시작한 것처럼. 거실에는 안락의자가 있고 사람은 거기 누워서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는 생각을.
그 생각을 따르자면 정원에는 거미가 있고 직업의 일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나는 단지 물에 잠겨 있는 사람일 뿐이다, 라고 사람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거실이 없으며 찬장도 없고 정원도 없다. 가끔 정원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만... 그 집에는 그런 비애감이 있고, 또 가끔씩은 공포가 있다.
찬장에는 낯선 냄새가 있다든지... 아니면 정원에는 거미가 있다고 하는 생각. 한 번도 제 배에서 거미줄을 뽑아보지 않은 거미가 그곳에 산다. 사람은 자신의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머리 손질을 하고. 집 안에는 실을 짜고 있는 명목의 소일거리가.
하지만 정말 그런 것들은 없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머리 위에 언제부터 쳐져 있었는지 모를 거미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아 넘길 수 없노라고, 마치 자신의 정원을 만들고 손질하듯이, 머리 손질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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