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0일 월요일

취객

잠을 못 자겠다.

헛간 지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잔뜩 불콰해져서 덮고 누운 내가 천장을 올려다봐도 맞고 틀린지를 모르겠고 하여간 계속해서 소리가 난다. 조약돌처럼 가벼운 것이 판자에 툭, 툭 떨어지는 소리. 이사야가 뛰어 놀다가 약한 곳을 잘못 디딘 것일까? 관리인이 있다면 말해줄 텐데. 그는 어딜 간 모양이다. 자고 가도 좋다는 분명한 허락만 남기고서.

얼굴에 열감이 느껴진다. 나는 취했다! 누구랑 마셨고, 어쩌다 마셨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같고, 전화해서 헛소리를 지껄인 것도 같고. 그러나 내가 헛소리를 할 때에 헛소리인 줄을 알면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서 가갸거겨를 대답해 주는 사람에게 나는 애정을 느끼고,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소름 돋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쁘게 소름 돋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람?

맨정신으로는 여기 잘 안 온다. 마실 때의 기쁨. 그 기쁨의 인상을 외투에 여밀 수 있을 때. 그때 오는 것이다. 문제는 기쁜 만큼 슬프다는 거다. 술에 취하면 슬픔이 아주 기기묘묘한 이미지로 다가오고, 그것으로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다른 가까운 이미지로 한 번 더 바뀌어 버리는데, 결국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통 알 수 없는 바보가 되어 버린다. 그건 아마 마음 놓고 슬퍼하는 일이 우리에게 어렵기 때문이겠지.

슬프도다.

그나저나 지붕을 수리해야 되겠는데. 목수를 부르면 될 것이다. 아는 목수가 한 명 있다. 그 목수는 장도리 한번 안 잡아 본 것처럼 손에 주름이 없다. 손의 컨디션이 뛰어나다고 할까? 방금 뭘 바르고 온 것처럼. 바보 이반에 등장하는 악마의 손처럼.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만든다고 들었다.

깨질 것 같은 머리는 절대로 깨어지는 법이 없다.

괜찮아.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고, 모든 것을 후회하고 있다... 엥? 더는 마실 수 없을 때까지 마셨고, 그래도 한 잔 정도는 더 마실 수 있을 거 같다. 어떠냐? 고민할 것은 없다. 이내 곧, 사람의 큰 기쁨인 졸음, 인간의 큰 슬픔인 졸음이, 유성처럼, 죄 잘못 없는 저 별들처럼, 쏟아지는 것을, 추락하고 짓이겨지고 곱게 빻여서 술기운 같은 열감으로, 열감에 포개어져서, 애수와 같이 짠하고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에 맞서려 손차양 따윌 하지 않아도 된다. 사는 동안에 취객은 끊임없이 잠들 테니까. 잠들 것이고, 깨어난 후에 전철을 타고 어디로든 갈 것이니까. 이곳은, 내 불면증의 진원지인 집이 아니고 이곳은, 자고 가도 괜찮다고 허락받은 헛간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도 잠을 푹 잘 잔다. 멀쩡한 사람처럼, 나갈 때도 아주 곱게, 눈에 뜨일 만한 짓은 하지 않는,
다고, 나,
는,

생각하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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