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8일 수요일

콜호스프레스

... 소위 순문학이란 것은, 어쩌다 보니 일부의 노동자들이 좀 지나친 열심 부업으로 생산하게 된 어떤 텍스트들을 박박 그러모아서, 또 다른 노동자들(예를 들면 문학편집자)이 어떻게든 굴리고 있는, 인쇄 산업 분야의 쬐그마한 게토라고 보는 것이 그 현상황에 가장 가깝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떤가 하면, 어떤 문학만으로 어떤 사람(작자건 편집자건)이 먹고 살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참으로 극소수에게는 되고 있기야 하지만, 만약 그 구성원 중 누군가가, 그 분야의 모두가 그처럼 되길 바란다고 말하면, 그것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설령 당장 그 일이 이뤄진다 해도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듯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로, 연이어,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가 진정으로, 박물관에조차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일들로 최대화된 이利를 취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이다. 언뜻 열등감을 버리자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다. 그 누군가는 있다. 그 사람은 어떻게 있으며 어떻게 해야 그 감각을 버릴 수 있는가? 그것은 쓰는 일의 내용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문학 인간들의 얼굴들을 바꾸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문학만의 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

그 일은 출간 계약으로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른다. ‘콜호스프레스’의 시각으로는 그렇다. 콜호스프레스와 계약하는 저자는 특별한 인세 관련 조항을 고지받는다. 인세가 특정 액수 제한선을 넘어서면 저자에게 가는 대신 기금에 보태진다는 데에 저자는 동의한다. 아니 이건 무슨 소립니까? 무슨 기금이요? 모두를 위한 기금이죠. 무슨 모두요? 이런저런... 출판... 노동... 좋은 일들... 콜호스프레스의 대표는 말을 흐리고 있다. 자신도 두 달 전에 제비뽑기로 대표에 뽑혔으며, 그 조항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제한선은 생활임금에 기반한 계산식으로 구한다. 작가의 초과 수익만 기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출판사 쪽의 수익, 정확히 말해 대표를 포함한 모든 출판사 구성원들의 수익도 마찬가지다. 기금이 어디에 쓰일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있으니 보여주겠다. 몇 퍼센트로는 다른 책을 만들고... 몇 퍼센트는 임금과 고료로 배분하고... 몇 퍼센트는 출판노조에, 또 몇 퍼센트는 좋은 데에 후원하고... 좋은 데가 많다. 현재 기금은 없다. 인세나 출판사의 수익이나 제한선을 넘은 적이 아직 없으므로. 도대체 누가 이런 계약을 맺겠느냐 묻자 대표는 다른 조항도 알려준다. 계약자는 콜호스프레스 대표 추첨에 응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대표 임기는 길지도 짧지도 않다, 대표는 임기 도중 탄핵될 수 있으며... 자신이 몇 대째 대표인지 모르고 그게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라 덧붙인 대표는, 이 계약서를 업계의 표준계약서로 만드는 것이 콜호스프레스의 진정한 목표이며 당신의 책 또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홀린 듯 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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