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0일 금요일

관광지

이것은 누군가가 어떤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하에다가 큰 돌 무리들을 뚫어 놓은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들, 관광객들이 많았다. 나는 그중에 한 사람을 붙잡고 영어로 말했다. “우리들의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뭔가 웃긴 요소가 있었던 듯 그 사람이 잠깐 웃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석굴 앞에 나란히 서서 그 사람이 사진 찍는 것을 기다렸다. 우리는 총 네 명의 일행이었다. 우리는 개연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중에 누구도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았다. 우리는 석굴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나는 우리 중의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공부를 한다더니, 그것은 잘 되었니?”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다한 것 같아.” “그러면 우리들한테 이 석굴에 대해서 알려줄 수도 있겠구나. 이 석굴은 뭐지?” “이것은 일종의 기념비... 누군가가 어떤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하에다가 만든 거야.” “그렇군.”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큰 불상이 음각으로 거대한 벽에 새겨지고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거대한 유리 벽이 세워져 있었다. 내가 말했다. “이 유리 벽에 대해 아는 사람?” 한 명이 대답했다. “이 유리 벽은 사진 찍을 때의 플래시, 강렬한 빛이 저 안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그리고 섣불리 관광객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만들어 둔 거야.” “그렇구나. 그건 보통 미술관에 있는 유리 벽과 비슷한 것 같아.” 내가 이어서 말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절이 있었대. 지상에 있는 것이 아닌, 지하에 있는 절. 절은 보통 지상에 짓지 지하에는 안 짓는 것 같은데 왜 지하에다 지었을까?”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아마도 지상에도 절이 있었겠지. 그리고 그것은 지하까지도 포함하는 것이었을 거야.” “너희들은 똑똑한 것 같군.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자. 이 중에서 배가 고픈 사람?” “나요, 나!” 그들은 갑자기 어린애가 된 것처럼 나에게로 엉겨 붙어 왔다. 내 양쪽 팔에 매달리는 그들을 떼어내며 나는 간신히 비빔밥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 중에서 키가 170을 넘는 사람이 둘 있었고, 그 이하인 사람이 둘 있었다. 우리는 키 순서대로 일렬로 서서 비빔밥 집에 들어갔다. 비빔밥 집의 현관은 일본의 가정 식당처럼 어떤 것을 수놓은 천을 위로 들고 입장해야 하는 형태였다. “방금 전 수놓은 것이 뭐였죠? 질문해도 대답할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관광지 근처의, 그리고 국내 색을 갖고 있는 음식점이었기에 음식값이 꽤 비쌌다. 음식이 다 나오자 우리는 먹기 전 기도를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도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어떤 종류의 개연성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수거해 둔 휴대폰은 지금 나눠주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뒤 투명 비닐에 담아 둔 세 개의 휴대폰을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나는 나눠줄 때마다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잘 쓰십시오.” “무탈하셨습니까.” 이 인사는 의례적인 것이었다. 휴대폰을 받아들자마자 그들은 침식을 잊고, 그러니까 눈앞의 비빔밥을 먹는 것도 그만두고, 반쯤 모로 누워서 화면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나는 말했다. “이제 저 석굴로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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