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2일 목요일

건축

병원을 짓다가 그만두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처음부터 고려해야 됐을 텐데. 이젠 짓다가 만 건물의 철제 골조가 주위의 주택가 옆에 덩그러니 남아 있게 되었다. 주택가들 사이로 들어가 보면 좁은 골목이 있다. 거기엔 가끔 날벌레들, 눈에 잘 안 보이고 가까이 다가오면 그때서야 다가왔음을 알 수 있는, 날벌레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집 옆에 쓰레기들이 나와 있다. 그 쓰레기들은 봉투에 담겨 있으며 그 봉투들 주위로 가끔 새들이 앉아서 쪼기도 한다. 그러면 운이 좋을 때에는 봉투의 약한 부분이 터지고, 음식물이 튀어나온다. 새들은 버려진 음식이더라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가? 마치 고양이들처럼.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은 무엇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가? 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병원 대신 롤러스케이트장을 짓기로 했다. 롤러스케이트장 주위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내 몸의 반만 한 곰 인형을 안고 책상 앞에 앉아서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주위에 무엇이 필요한지, 지을지를 고민하지 않고 그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정한 다음에 그것들이 이미 존재하는 곳에 롤러스케이트장을 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만약 그 자리에 건물이 이미 존재한다면 그것을 허물거나 아니면 리모델링하고. 나는 건축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건축업자인 친구를 하나 불러 집으로 초대했다. “안녕.” 그가 말했다. “안녕. 그런데 이게 내가 필요한 일이라고? 이건 그냥... 컴퓨터 게임이잖아.” “나는 그래도 네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게임을 잘 못하거든.” “그래. 먼저 뭘 할 건데?” “롤러스케이트장을 지을 거야. 어디에 지으면 좋을까?” 그 친구는 한참을 마우스로 딸깍거리더니 이곳이 괜찮겠다며 장소를 추천해주었다. “이것은 사실 게임이 아냐.” “뭐?” 그 친구가 물어보았다. “그럼 뭔데?” 나는 대답했다. “나도 잘 몰라. 게임일 수도 있겠지.” “그렇군.” 나는 그 친구가 정해준 장소에 마우스를 올리고 철거 버튼을 클릭했다. “이것은 보여주기 위한 게임이야. 이런 게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 나는 약국과 PC방, 그리고 김밥집들이 포함된 한 빌딩의 2층을 모두 철거하고 거기에다가 롤러스케이트장의 건설 버튼을 눌렀다. “이곳에 있는 골목에 가본 적이 있어. 그 골목들을 끝까지 돌고 돌다 보면 가끔은 우연히 어딘가에 도착해. 그곳은 야시장이야. 나는 그 야시장에 몇 번 정도 도착한 적이 있어. 나중에는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어떤 골목들을 돌고 돌아야 도착하게 되는지 조금 알게 되어버리고 말았지.” 그 친구가 말했다. “그곳은 어땠는데?” “들어가 보면 천장이 낮은 집들밖에 없어. 그리고 그중에서도 천장이 더 낮아 보이는 국수집이 하나 있었지. 그곳에 실제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어. 꼭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에 온 것 같았어. 소인들은 실제로는 문구점에서 파는 도시 모형 세트에 알맞은 몸 크기를 지니고 있겠지. 아니면 인형의 집이나. 그런데 내 몸 크기의 절반 정도 되어 보이고 그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야시장이 더욱.” “소인들의 나라 같았어?” “아니,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 내가 실제로 몸을 굽히고 들어갈 수 없어 보였거든. 이 게임은 그걸 아는 사람이 만든 거야.” “뭐라고?” 나는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내가 만들다 만 병원의 철제 골조들을 확대하여 바라보았다. 그리고 롤러스케이트장의 바닥 자재로 쓸 건축 자재들을 구입하며 그 도중에 그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