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0일 화요일

델리뮤

가구 거리에서 나는 별사탕을 들고 있었다. 이곳은 가구를 파는 가게이군. 그리고 저곳도 가구를 파는 가게이고. 가구 거리에는 가구를 파는 가게들이 천지였다.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당도한 곳에서는 모두 가구를 팔았다. 나는 가구를 살 돈이 없었지만(필요하지도 않았다) 가구를 사는 것처럼 가게 안을 구경하기도 했다. 어떤 가게에서는 흰색 가구들을 주로 파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곳에서는 검은색 가구들을 주로 파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색깔별로 가구들을 놓아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곳에서는 사이즈별로, 그리고 브랜드별로 가구들을 놓아두는 것 같았다. 어떤 브랜드의 가구들은 내가 가는 곳마다 진열되어 있기도 했고, 어떤 브랜드의 가구들은 딱 한 군데에만 진열되어 있기도 했다. 그 브랜드의 이름은 델리뮤였다. 나는 이 이름이 인상에 남았다. 이 브랜드의 가구들은 흰색과 갈색이 조합된 색깔의 가구들이 많았다. 생긴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살 돈도 없고, 집에 필요하지도 않아서 무리였다. 하지만 나중에 돈이 생기고 가구가 필요한 날이 온다면 꼭 한번 다시 구경해 봐야지. 그때에도 난 손에 별사탕을 들고 있을 테고... 집에 오는 길에는 노점상에 들러 닭꼬치를 하나 사 먹었다. 왼손에는 별사탕, 오른손에는 닭꼬치... 나는 닭꼬치를 먼저 먹었다. 별사탕은 입에 넣고 우물거려도 빨리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손에 들고 다니면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손에 그것을 들고 다닌 채로 이 가구 거리에 입장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난 델리뮤라는 이름을 만나 보았고 여러 가지 가구들을 구경하며 이곳저곳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집에 와서 안락 의자에 누워 생각해 보았다. 오늘 하루가 어떠했는지를. 나는 한 손에 별사탕을 들고 여러 가구들을 만나 보았다. 내가 만났다는 말을 좋아하는 것은 그 말의 어감을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만났다... 라고 말하면 실제로 누굴 만난 것 같다. 그 누군가는 어두운 그림자에 덮여 있고... 한 손에는 나처럼 별사탕을 들고 있다. 그 누군가는 햇볕이 가장 따가워지는 시간에 어떤 집 앞의 차양 아래에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나는 만났다, 라고 하면서 지금 그를 만나고 온 참이다. 그는 사실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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