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8일 목요일

동전 수집

나는 거리를 걷고 있다. 발 딛는 곳마다 버려진 동전들이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다. 골목길로 들어간다. 거리의 주택들이 보인다. 나는 여기서 동전 수집을 하고 있다. 종일 걸어 운 좋으면 7개 정도를 모을 수 있다. 동전 수집 말고도, 길거리나 집들 구경을 한다. 그러면 재미있다. 여기는 쓰레기가 많은 곳이군. 나는 왼쪽으로 돌아 들어간다. 사실, 동전 수집을 하려면 그네가 있는 놀이터나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편이 낫다. 그런데 이 말이 무색하게도, 저 앞에 500원짜리 하나가 눈에 보인다. 버려져 있는 동전. 누가 버린 것일까. 아니면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것일까. 나는 그리로 다가가 그것을 줍는다. 오늘은 오전부터 쭉 걸어다녀서 총 세 개를 주웠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다섯 개 이상을 모은다면 기록 달성이다. 나는 동전을 줍고 잠시 가만히 있었다. 누군가 살고 있는 듯한 주택에서 인기척이 났다. 한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나는 슬금슬금 다른 쪽으로 걸어가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게 있다는 듯 잠시 그 사람 쪽을 보았다. 그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와 말했다. “혹시 라이터 있습니까?” “네.” 하고 말하며 나는 라이터를 건넸다. “못 보던 학생인데.” “네, 잠시 일이 있어서요.” 그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중간에 가만히 있다가 나는 그 사람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를 나섰다. 아까 전과 같이 골목이 있으면 그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동전을 주우러 다녔다. 500원짜리보다는 100원짜리가 떨어져 있을 때가 많고, 지폐는 거의 떨어져 있지 않다. 나는 잠시 배가 고파서 가만히 서 있었다. 아침부터 무얼 먹지 않아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나는 이 골목들에서 나가는 경로를 떠올렸다. 이 골목들을 나가야 상가가 보이고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나는 이 골목들을 나가서 돈까스 가게에 갔다. 그리고 치즈 돈까스를 하나 주문했다. 아침부터 모았던 세 개의 동전들은 내 주머니에 깊숙이 있는 동전 지갑 안에 넣어두었다. 나는 물건을 살 때나 돈을 쓸 때 내가 모은 동전들을 내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러면 너무 빨리 없어지기 때문이다. 동전 지갑도 7천 원짜리였다.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동전들을 다 합한다면 약 2만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동전 지갑도 세 개 살 수 있고, 돈까스도 세 번 먹을 수 있고... 역시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군. 내가 이런 일을 꽤 오랫동안 한 이유는 거리 구경이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거리 구경을 하면서, 괜히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할 일을 만든 것이 바로 이런 일이었다. 나는 아까 담배를 피우던 그 사람을 생각했다. 가끔씩 있었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다니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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