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6일 화요일

캐치북

처음 캐치볼을 해본 것이 대학 때였다. 보통 ‘꽈실’이라 줄여 불렀던 학생회실 구석 바구니에는 반으로 접힌 글러브들이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때부터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유경험자의 인솔을 따라, 다음에는 알아서들, 공강 때에, 아니면 강의를 듣다 쉬는 시간에라도, 우리는 꽈실 창문을 타고 넘어 잔디밭에 나가 공을 주고받았다. 그대로 강의를 제끼기도 하면서, 우리는 몇 개의 평행선으로 섰다. 가끔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도 섰다. 동인 모임에 캐치볼에 대한 시를 써서 가져오는 것은 한 번쯤 거쳐야 할 관문이었고, 서로에게 야유에 가까운 평을 해주는 것이 또한 의례였다. 처음부터 웬만큼 던지던 이들을 빼면 대부분은 졸업할 때까지 멋지게 던지지 못했다. 가끔 공으로 서로를 맞혔다. 맞혔다기보다 멋지게 받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저기 공을 주우러 뛰어다녔던 일까지가 그때 했던 스포츠의 전부다(산보를 스포츠의 일종으로 볼 수 없다면).

그리고 우리는 다음 사람들을 ‘인솔’해 나간다. 우리는 다음 사람들의 캐치볼을 구경한다. 공을 던지고 받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사진으로 남겨두고도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 다음은 모른다. 그러한 지난날에 대해 몇 년간 회고를 거듭한 끝에, 각자의 글러브를 갖고 주말 체육공원에 모여 다시 캐치볼을 하기 시작한 것이 한 해 전부터다. 던지고 받고 뛰어다니다 뭔가 먹고 헤어진다. 지금의 내게도 이게 스포츠의 전부다. 멋지게 던지고 받고 싶고, 멋지게 던지고 받을 이유가 없다. 야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보지 않는다. 몇 개의 공은 잃어버렸다. 근데 그게 다 출판사와는 무슨 상관인가? 아주 깊은 상관이 있다. 심각한 인생, 고통스런 세계, 눈물·회한·불안,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 통한의, 부주의, 다툼과 피로, 피곤... 지겨움... 두려움... 억울함, 허무함과 탈력감, 망실·실망, 무희망·무전망, 시기 질시 아집... 잊어버리고 잊히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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