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같은 것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사람들은 시 같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시를 잘 모른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여러 번 들었고 매번 무방비 상태에서 들었다. 아마 사람들에게 시 같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어떤 긴장이 숨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사진을 찍을 줄 알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찍은 거의 모든 사진의 초점은 미묘하게 빗나가 있다. 자동 흔들림 방지 기능을 켜 놓아도 마찬가지다. 흔들린 사진은 흔들린 대로 좋다. 이미지가 흔들리면 앉아 있던 사람이 점프를 하고 걷고 있던 사람이 날아간다. 흔들린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잘 고정되지 않는다. 액체 비슷한 것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거나 기체 비슷한 것이 되어 떠다니고 있다. 더구나 배경 속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화분조차 깨지지 않은 채로 일그러져 있다. 한줌의 흙도 흘리지 않은 채 변형되어 있다. 그 안에서 모양이 달라진 식물이 살아 있을 뿐이다. 
이런 일과 비슷할까? 

자주 사람들은 시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시를 찾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소설이나 만화나 그 밖의 것을 읽는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시 같다고 한다. 사람들은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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