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가속장치 같은 것

안개 속을 걷듯이, 안개 속이 미어지듯이,
그러다 미어터진 안개 조각이 내
발밑에 툭 떨어져 있듯이, 그건 누가
흘리고 간 검은 증기……
그러나 내 마음은 가속, 지금 말고 이따가 와
터진 자루를 꿰매야 하니까
얼어붙은 연못에도 양떼가 모이니까
죽은 자의 부활도 믿어버리는 마음으로
내 어금니를 내가 깨뜨린다
새벽의 검은 수박을 사서
검은 모범 택시를 잡아 탄다
나는 달린다 또
달린다 내 마음은 가속,
지금 말고도 작고 미묘한 일들은 계속
일어나는데 너는 모르겠다,
모르겠단 말만 백 번
하는 사이에 이것도 모르겠다면
앞으로는 알아볼 수도 있는 일을 할게, 계속해서
알아봐주길 바라며 내 마음은 가속,
지금 말고 이따가 와
아무리 해도 자루가 터지니까
여기선 잦은 안개 조심
택시에서 내릴 때
수박을 떨어뜨리고 마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산산조각나고
바닥에 검은 물이 흥건하니까
한편 안개는 좋겠다
네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안개가 다 쏟아지면
나는 빈 자루를 갖고 논다
그때쯤 너를 부를게
네가 올 테니까,
그러니까 이따가 와
그러면 네가 올 것이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