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4일 일요일

얼음성

위수까지 진군해 있을 때의 일이다. 우리에게는 거점이 필요했다. 이곳 지리에 밝은 적의 기병대가 계속 야습을 해오는 바람에 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식량고 또한 번번이 불타 우리는 탄 보리를 물에 불려 우물우물 씹어야만 했다. 밤새 쌓인 눈을 적으로 오인해 많은 화살이 낭비되기도 했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추위였다. 우리 군의 대다수가 남쪽 지방에서 차출된 병사들이었기 때문에 적에 앞서 추위와 먼저 싸워야 했다. 하지만 참모들과 함께 머리를 쥐어짜도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퇴각 외에는.

자신을 몽매거사 누규라 밝힌 자가 막사를 찾아온 것은 해가 저물 무렵의 일이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자신이 온 목적을 밝혔다. 우리를 승리의 길로 인도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하룻밤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그에게 병사 오백을 주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다음날, 누규는 자신의 일이 다 끝났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과연 그곳에는 얼음성이 있었다. 성은 견고했으며 방풍 또한 기가 막혔다. 칠만의 병사가 전부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 후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봄이 오기 전에 전쟁은 끝났다. 나는 말 위에서 남쪽 지방의 화사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수도까지는 이제 지척이었다. 모든 것이 원하던 바대로 되었구나, 안도하면서.

그런데 병사 오백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부관이 왜 그러시느냐 물었고 나는 3중대의 행방을 물었다. 부관 역시 이내 황망한 표정이 되었다. 잠시 휴식을 명하고 대열을 정비해 보아도 3중대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보았다는 자도 없었다.

개선 행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몇 가지 실험을 했다. 모래와 흙과 진흙을 각각 한 뼘 높이로 쌓고 액화질소를 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약간의 충격에도 부서져버렸다. 돌멩이와 돌, 바위로 실험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위수의 혹독한 땅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제와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얼음 안을 보지 못했을까? 너무 꽝꽝 얼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승리에 도취되어 있어서? 알 수 없는 일이다. 전쟁터에서는 어떠한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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