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4일 수요일

신성 1

오 하느님, 이 자리에서 죽여주세요 우리들을
- _, 유월
 

공의회장을 빠져나온 미카엘라 대주교는 참았던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그는 오늘 명문화된 것들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경해서?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불경함으로 치면 그가 지금 내뱉고 있는 욕지거리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카엘라 대주교는 잠시 욕을 삼키고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았다. 초임 사제처럼 말이다.
 
미카엘라 대주교는 더없이 불안했다.
 
그는 합의된 신이, 자신이 생각하는 신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옳은 신은 언제나 합의된 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신은 내 신이 아닌 것 같지?
 
그 신, 이라고 조심스레 발음해본 미카엘라 대주교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수사의 눈치를 살폈다. 수사의 표정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그 부동을 믿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 내 말을 경청해온 자가 아니었는가?
 
그리고 얼마나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부두에 도착했다. 배는 아직이었다. 보행 중 침묵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다다랐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터
 
미카엘라 대주교가 대주교답게 먼저 입을 열었다. 신은 몇 분이 적당한가?
 
이에 대해서는 오늘의 공의회에서 합의된 바가 없었으므로, 수사는 혼돈에 접어들었다. 수사는 대주교가 염두에 둔 대답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는 정답 대신 묘안을 떠올렸다. 대주교께선 몇 분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대주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분들은 생식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분들은 직접 만들지 않고 왜 우리로 하여금 그 일을 수행케 하시는가?
 
수사는 마흔 둘의 신 중 하나였다. 둘이었다. 다섯이었다. 수사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미카엘라 대주교를 소멸시킬지, 아니면 단순하게 부두 바깥으로 밀어버릴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야말로 신다운 고민이었고 단 한 순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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