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일 화요일

12월 더미 태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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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태울 때라면 해가 바뀐 다음이다. 그렇다면 신년회다. 새해에는 음악을, 그것도 폭력적인 음악을 듣고 싶은 법이다. 당연히 아침에 모여야 한다. 물론 산에 가면 좋겠지만, 힘드니까 강도 괜찮다. 새해 아침 강변에 붐박스를 들고 나가 엄청나게 시끄러운 뭔가를 튼다. 노이즈나 포스트 어쩌고 뭐 그런 걸. 추우니까 향긋한 술을 아주 조금만 마셔도 좋겠다. 술이 아니어도 좋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액체면 좋겠다. 불은 안 된다. 몸을 약간 흔들어도 괜찮을 것이다.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강 저편이 드러난다. 강물에 반사되는 눈부신 햇살... 이 신년회의 제목은 입김 201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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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는 유희용 대마가 합법화됐다고 한다. 될 건가? 된 건가? 희망적으로 봐서 앞으로 10년 정도라면 한국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쿠키 사업에 대해서는 일전에도 말했다. 본격 시작은 2030년이다. 30년에서 두 해 정도 전에는 굿즈를 만들어 출시, 생활 브랜드 GMCG로 자리를 잡는다... 전에 삼베 손수건 얘기를 했는데 안경닦이도 괜찮은 것 같다. 앞으로 기본 조회수가 100 정도 되면 굿즈도 못 만들 것 없다. 10년 사이에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또 떠오르는 것은 구슬이다. 유리구슬. GMCG 시그널 컬러가 들어간 구슬... 그런 건 그러나 쓸모가 없다. 갑자기 무슨? 흐름상 마대가 괜찮을 것 같다. 마대로 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쓸모가 없진 않을 것이다. 손바닥만 한 마대 주머니는 어떤가? 그 주머니에 삼베 손수건으로 감싼 쿠키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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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이면지가 아주 많이 쌓였다. 이면지를 갖고 뭔가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간단히 실 제본을 해서 노트를 만들어 쓴다는 사람도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한강다리에 가지고 가서 뿌리고 사진으로 남기기 정도다. 이면지가 정말로 많으므로 제법 볼만할 것이다. 한강다리에선 뭘 해도 볼만하다. 한다면 얼굴을 가리고 해야 한다. 도망을 빨리 쳐야 하니 따릉이를 타고 가서. 따릉이면 바로 잡히나? 버스를 바로 타는 거다. 중간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다리, 양화대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잡힐 수도 있다. CCTV 설치 현황을 파악해둬야 할 것이다. 재밌을 것 같다. 이건 농담이다. 정말이다. 하지만 종이비행기 하나 정도는 접어서 날려볼 수도 있지 않나? 그것도 불법인가? 쓰레기 무단투기로?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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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사냥꾼은 오랜 꿈이다. 장비를 잘 갖추고 길 잃은 개나 고양이 등속을 잡으러 다니는 일이다. 현상금이 걸린 친구들로만. 뭘 잘 갖추냐, 육포 츄르 뭐 그런 것을 잘 갖추고 다니다가 저 친구가 그 친구 같다, 이러면 꾀어다가 확 붙드는 것이다. 이 경우 조수견이 있다면 좋겠다. 그의 이름은 보바펫이다. 우아한 쑥색 하네스를 차고 있는 그에게 잃어버린 집짐승의 냄새를 맡게 해서... 하지만 개를 데리고 다니면 떠돌이들은 더 접근을 피할 것이다. 그러니까 조수견과는 따로 활동을 해야 한다. 보바펫은 풀어놓고, 이러면 오히려 떠돌이를 더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바펫은 나와 약속을 어디 몇 시에서 만나자 하면 거기서 만날 수 있는 엄청난 친구여야 한다. 보바펫은 검은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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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 다음엔 좀 늦는다. 지금 새해 생각을 해둬야 한다. 내년엔 어쩔 셈인가? 생각이 닿지 않더라도 생각을 끌어내야 한다. 내년에는.. 내년부터는... 내년부터는 원고 정리를 시작할 것이다. 시집 말이다. 최대 60편 갈무리하기를 목표로 한다. 갈무리하며 50편대까지 줄인다. 제목은 정해져 있다. 내년 말에는 순서가 정해져 있을 것이고, 적어도 2019년에는 실물로 나온다. 물론 내 돈 내고. 거기에는 엘프에 대한 시가 들어간다. 산타가 엘프들을 착취하는 이야기를 갖고 쓴 시 말이다. 산타 개새끼... 이건 정말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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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더미까지만 쓸 것이다. 거기까지만 쓴다는 것이 계획이다. 나는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바람도 모두 소박하기 짝이 없다. 내 생각은 그렇다. 내가 바라는 건 거의 다 썼다. 나는 전부터 교회 건물을 갖고 싶었다. 교회 건물 전부를. 거기에는 내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있다. 연단과 긴 의자가 있는 예배실이 있고, 계단이 있고 복도가 있고 공동 주방이 있고 공동 식당이 있다. 화장실과 천장 낮은 방과 드럼이 있고 신발장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관리한다... 아니다! 이런 것이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막상 적으려 할 때면 잘 떠오르지 않아 엉뚱한 소릴 늘어놓게 된다. 누구나 그렇다. 나는 합창단을 원한다. 오랜 소망이다. 내가 둘이 넘었으면, 셋이나 넷이 넘었으면 좋겠다. 여섯이나 일곱이었으면. 그 합창단은 제법 폭력적인 합창단이다. 떼로 몰려다니며 아무 데서나 기타를 마구 치고 노래를 마구 부른다. 춥든지 덥든지 안에서든 밖에서든.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지치지도 않는다. 뭘 부수거나 던질 수도 있다. 쿠키 같은 건 몇 봉지고 먹을 수 있고... 나는 분신술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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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불꽃도 움츠린 듯 보인다. 불이 붙은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앉아 있기 어려울 정도로 추워 엉거주춤 서 있다. 불가에서 돌아서기만 해도 무릎이 시리다. 이사야는 관리실에 들어가 있다. 요즘에는 거기서 거의 나오질 않는다. 앞으로 몇 해를 더 살 것인지? 새해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좀 지친 것 같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몇 해를 더... 아까 쥐무덤에 갔던 것도 그래선지 모른다. 쥐잡이가 나름의 방식으로 귀여워해 줬던 쥐다. 너도 네 방식대로 귀여워해 보라고 내게 주지 않았겠나. 무덤을 꾸밀까 하여 돌멩이를 몇 개 줍다가 손이 시려워 고만뒀다. 처음에 좀 수북하게 해 뒀는데도 땅이 얼었다 녹으면서 그새 흔적이 없다. 곡식이 있다면 들고 가 뿌리기라도 했을 텐데 곡식도 없다. 허망한 성묘. 허망한 성묘... 이사야가 아주 새끼라면 요즘 기웃거리는 개들 중 하나를 데리고 와 친구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쥐가 아니라. 실상은 창고로 들어오려는 개들을 이사야가 다 쫓아내고선 의기양양하게 관리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관리 조수처럼. 管理鳥獸... 장갑 낀 손이라 한자 쓰기가 어렵다. 떡라면이 다 끓은 것 같다. 관리인을 부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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