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1일 수요일

격몽

그것을 [깨임]이라고 부른다. 깸이 아니라 깨임이다. 죽비질이나 침례와 같은. 영성 또는 신성이 배제된.

그것은 그것이 하는 일이다. 그것은 목격되거나 구전되지 않는다. 오로지 체험되고 침묵 속에서 공포로 남는다.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끝없이 따라오는 회랑이다.

어리석은 자!

어리석은 자!

어리석은 자!

회랑은 살아있다. 지나온 부분은 무너지고 걸어나가는 방향으로 건조된다. 뼈처럼 보인다. 거대한 포유동물의 가슴우리같은 형태로. 어두워진다. 밝아진다. 그 가슴의 주인이 숨을 쉬는 듯한 박자로.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의 안에 있는가.

(어리석은 자!)

나는 회랑의 뼈들이 희미해질 때까지 걸었다. 한번 회랑에 발을 들이면 어디에 누구와 있든 동시에 회랑에도 있는 것이 된다. 희미해지되 사라지지 않는 뼈들 사이에서 요사이 내 귀에는 불규칙적인 맥동소리가 들려온다. 어리석은, 어리석은, 어리석은 심장소리로부터, 불가능한 도주 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