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7일 일요일

진정성

진정성.
 
진정성을 어필하고 싶다면 딱 이거만 쓰면 된다.
 
진정성.
 
여기서 다른 말을 덧붙이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물론 덧붙일 말을 참는 일은 꽤나 고될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키아누 리브스처럼 딱 한 마디 내뱉고 등 돌리기. 등 돌린 후에는 어떤 표정을 지어도 상관없다. 걸음걸이만 신경 쓰면 된다.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저벅저벅 걷는 것이 최상이다. 머릿속을 메트로놈으로 채우면 된다. 쿨하게 걸을수록 좋다. 쿨함으로 진정성이 발현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지만, 실로 그러하다.
 
나는 지금 진정성을 어필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것이지 나의 진정성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수다에서 나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뭐 그런대로 만족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꼭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한참을 쿨하게 걸었고 이제는 허기가 진다. 진정성을 찾아 헤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광산에 막 도착했다. 이 광산은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이 같다. 그밖의 부분은 진정성으로 가득하다. 광산에서 숨을 조금밖에 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체질적으로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 물론 사람에 따른 격차가 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진정성 가득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광부가 되어 진정성을 잔뜩 캐야 하니까캐낸 진정성은 온갖 것의 재료로 쓰인다. 광산의 재료 또한 진정성이다. 어쩌면 우리의 몸도. 내 진정성이 엄연히 있는데 타인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러니저러니 해도 딱 한번
 
진정성.
 
잘 어필될 거라고는 하지 않았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