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7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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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서문을 쓰기 전에, 그는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쓸지 안 쓸지 고민한다. 약간 애매하다. 대놓고 쓰기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것 같고, 안 쓰기에는 또 중요한 것을 놓치는 기분이다. 사실 그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 그가 시작하게 될 책 내용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서문을 넘기고 본문으로 가면 별거 없다. 하지만 그는 서문에 어떻게든 신경을 쓰고 싶었는데, 그 중요한 서문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할지 안 할지 고민이다. 그 사람 얘기를 하면 왠지 서문이 시시해질 것 같다. 얘기하고 나면 그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작년부터 스스로 책을 만들어 출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판한 모든 책은 그의 책장에 그대로 꽂혀 있다. 이런 사람도 있듯이 이런 책도 있다는 마음으로 출간을 했지만, 출간 소식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도 딱히 홍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책들이 여기 있다. 그는 아침마다 그 책들을 본다. 그 책들을 반값에라도 팔면 인쇄 값은 건질 수도 있지만. 그는 중고나라에 책을 반값에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거의 책 몇 권을 팔려고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계정을 삭제해버렸다. 차라리 공짜로 나눠주는 게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 문제는 뒤로 미루고. 그는 피곤한 기분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 해가 늦게 지는 것 같다. 이 시간까지 해가 있었나? 중고나라에 책을 팔고 그 돈으로 여행을 가면 어떨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