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9일 월요일

셀프카메라 같은 것

개를 보면 개를 연구하는 개가 된다. 통 속에 보관하던 개의 통속을 개봉하면 개는 급속 부패한다. 개를 공원에 풀어 놓았더니 금세 상한 발을 갖는다. 이후로는 너무 즐겁게 노는 개 취급을 받는다. 공기 속으로 다가와 공기 속에서 뒤척이는 모양을 하고 있다. 쓰다듬으면 가라앉고 가라앉으면 무너지는 모양이다.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들키는 형편. 여기에 개들이 모이면 공기에 닳고 남은 모양의 마음이, 몸이 상한 개들의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회합을 가진다. 그것은 상당히 불유쾌한 공원을 이룬다. 이유 없이 모닥불 앞에 둘러앉은 개들이 많은 상황. 종일 움직인 개들은 뜨겁고 덥수룩하다. 사랑을 나누기 전에는 잘 씻어야 하는데 시절이 어려운 탓인지 공원은 텅 비어 있다. 텅 빈 공원을 만들기 위하여 누군가 더러운 공원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나는 지금 많은 개들이 있어도 너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