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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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가 평균 수명대로 살다가 죽는다면, 그의 이빨이 앞으로 60년을 더 버텨줄지, 그는 이빨을 닦으며 생각한다. 그는 이빨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공룡이었을 때를 생각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그 시간과 작별을 하는 게 힘들었다. 가족을 버려야 했고, 몸을 손바닥만 하게 줄여야 했으며, 언어를 배워야 했다. 하지만 언어를 배운 것에는 장점이 있다. 일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으며, 오직 그것 때문에 아직 이 세계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매일 밤에 이빨을 닦을 때마다 그는 잡초를 뜯어먹던 때를 떠올린다. 어떤 풀들은 따갑기도 했는데, 그때 그 풀을 괜히 먹었다고,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 가꿔지지 않은 공원을 지나면 괜히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 풀을 뜯어먹곤 한다. 하지만 그가 공룡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는 증명할 수 없다. 공룡에 관심이 많은, 하지만 따로 대학을 나오지는 않은, 오직 자신의 의지로 공룡에 대한 연구를 한 A는 어느 날 공원에서 공룡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를 보게 되는데, 그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람들을 관찰하면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판단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풀을 뜯어먹는 그를 보게 된다. 그는 비밀스러운 장면을 목격한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뜬다. 풀을 뜯어먹는 사람이 왠지 그걸 누가 보았다는 걸 알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고, 그걸 호기심에 빤히 보고 있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기분이 별로일 것이다. 아무튼 자리를 뜨면서 그는 그 모습이 자신의 최애 공룡이던 어떤 공룡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 공룡에 대해서는 별로 정보가 없고, 책에는 자연스럽게 멸종했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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