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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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인 A는 자신의 나라를 떠나 벨기에로 간다. 나는 벨기에에서 태어났고, 벨기에에서 자랐으며, 벨기에를 떠난다. 그는 자신의 나라가 싫었고 자신의 시를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나라가 싫었고, 그런 나라에 태어난 게 싫었으며, 그런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의 나라만 아니면 될 것 같았고, 그걸 도피라고 부른다면 그냥 도피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았고, 그래서 그는 벨기에로 간다. 그가 벨기에가 자신의 나라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벨기에에서의 삶이 프랑스에서의 삶보다 약간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벨기에에서의 삶이 프랑스에서의 삶보다 더 각박하리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그는 벨기에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으로 강한 무관심을 받고, 그건 프랑스에서 받은 무관심보다 더한 것이고, 그래서 그는 여기 오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는 서서히 모든 벨기에 사람들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듯한 기분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빵을 사러 가면 가게 주인이 자신에게 인사조차 해주지 않았고, 가게 주인은 그날 저녁에 술을 너무 마셔 숙취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가게 문을 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열지 말자고 결론을 내린 후, 가게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릴 단골 손님들을 생각하며, 숙취가 심하지만 가게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가 거리를 걸어다니면 모두가 그를 향해 비난의 눈빛을 보내는 듯 했는데, 나는 비둘기가 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 비둘기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는 나중에 가서는 차마 길을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벨기에 사람들이 자신의 시를 알아봐주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쳐도 그런 식의 적대감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벨기에 사람들이 머리가 텅 비어 있고, 그래서 자신의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는 그날 이후에 매일 매일 벨기에 사람들의 문제점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벨기에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책을 떠올리며 약간 미소지었다. 벨기에에 와서 거의 처음 보인 진정한 웃음이었다. 그는 벨기에 사람들이 이 웃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레스토랑 직원들을 친절하게 대했는데, 그것은 불쌍한 벨기에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었다. 저 손님이 마지막 손님이었으면 좋겠다. A는 도무지 그 책을 끝낼 수 없을 만큼 매일매일 벨기에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벨기에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벨기에 체류 동안 그에게 일어난 변화라면 변화였다. 비둘기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한 것은 어떤 먼 친척이었는데, 그는 유럽을 여행했고, 유럽을 일주일 만에 일주했고, 유럽에 대해 다 아는 듯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내가 벨기에의 수도가 어딘지 물어보자 취리히라고 대답해 나는 벨기에의 수도가 취리히가 아닌 건 알지만 그 습관을 버릴 수가 없어서, 누군가 벨기에의 수도가 어딘지 물어보면 취리히라고 말한다. 내가 벨기에가 수도가 취리히라고 말할 때 나는 내가 지금은 이름이 기억도 안나는 그 먼 친척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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