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0일 목요일

공포 같은 것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그는 잠을 자고 있다.
거실 소파 위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미련이다.

그 긴 것이
왔니, 하며 눈을 뜨고 내게 무언가를 묻기 시작할 때
나의 안부는 발생하는 것이다.
동그란 주먹을 쥐고 눈을 비비듯이 시작되는 것이다.

애인은 있니, 돈은 좀 있니,
기대할 때마다 무조건 나는 알았어, 알았어, 하는 것이다.
그래도 먹다 뱉은 수박씨처럼 마음의 허벅지에 와서 찰싹찰싹 달라붙는 것이다.

너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이토록 그는 나를 걱정하지만
이런 말을 들어도 나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요.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죽어야 합니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우리의 불화에 대한 것이 아니다.
둘이 살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거실을 나서지 않고 나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우리의 불화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어코 그가 방으로 들어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아마도 나는 잠을 자고 있었을 것인데 그저 방바닥에 누워 조용히 침을 흘리고 있는 침묵이었을 텐데.

사실 침묵 속에는 조그만 독채 하나가 있어
불경한 꿈이 칩거하고 있는 것이다.
집 안에 흙 둔덕이 있고 거기에 새가 많이 찾아오고
까마귀의 등에 까치가 올라탄 것을 그가 보게 되는 순간이 있어

꺼져 있던 형광등이 켜진 것이다.

그때 일어난 일에 대하여 나는 말을 아끼려 한다. 그러나 내가 한 일은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쥐 두 마리를 꺼낸 것, 그리고 쥐를 풀어 새를 쫓은 것.

그리 조용한 일은 아니었다.

쥐가 쥐의 함성을 지르고
새가 새의 박수를 칠 때,

놀란 그는 방으로 뛰어들었고 양손에 커다란 쇠망치를 들어

빨갛게
빨갛게

쥐와 새를 두들겨주었다.

다시 새로운 안부를 물을 듯한 얼굴로

팡!
팡!

두들기고 있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