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2일 화요일

유리철장

옛날엔 모두 여기 모여 놀았지. 유리철장은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만든 카페였다. 아이 하나가 커피를 내리고 아이 하나가 설거지를 한다. 밖은 한창 전쟁 중이다. 아직도 아이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커피를 내리던 아이의 몸이 커지고 목소리가 굵어져 성인이 된다. 설거지를 하던 아이의 정신이 어리지 않게 되고 유머의 여러 유형을 습득하여 성인이 된다. 옛날엔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인들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소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이제 성인이 된) 잊혀졌다. 다만 유리철장이라는 이름이 남았을 뿐이었다. 커피를 내리던 사람은 들어오는 나를 보고 까닥 고갯짓을 한다. 나를 알고 있지는 않은 모양. 이곳을 찾던 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았다. 나는 그 예외의 경우에 속한다. 이젠 밖의 전쟁도 멈춘 것 같다. 어린 시절을 장식했던 그 전쟁에 대한 기억은 이런 말도 내놓는다. ‘아이였을 때 한창 전쟁 중이었다. 이제 성인이 되자 그 전쟁은 뇌리에서 잊혀졌다.’ 난 어릴 때보다 지금이 행복한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잠들기 전에 세었다. 이제 난 어른이 되었는데, 아마 스무 살 이후라고 하더라도 어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건 최근의 일이거나 아니면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그렇게 느낀다. 유리철장의 회벽은 낡았고 보수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나는 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오랜만에 와보는 곳입니다. 당신의 집도 과거에 화목하지 못했나요?” 이 말을 하면서 나는 눈물이 났다. 화목하지 못했던 게 뭐라고 아이들이 모여 돈을 걷고 카페까지 만들었던 걸까? “저의 경우엔 그렇습니다. 아마 그랬던 아이가 꽤 많았겠죠. 그 시절의 컴퓨터 게임이란 것은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도 있는 걸로 압니다.”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도 돈을 걷은 건 동정 때문이었을까요?” “그럴 리가요. 이 카페는 전쟁의 반대항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어요. 그저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선 견딜 수 없기에 단순히 놀 장소가 필요했던 것뿐이죠. 그 아이들이 돈을 낸 이유는 아마 같이 놀고 싶었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어린 나이에 어린 아이들의 그 성향을 일부 이용했지요.” “그렇군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잠시 주억거리더니 설거지를 하고 있던 사람을 불러왔다. “내가 알기로는. 서로 안면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잘은 모르지만요.” “글쎄요. 그 시절에도 얼굴을 본 적은 없어서.” “여기서 아는 사이였다고 밝혀지면. 만일 그때 많이 친했더라면.” “조금 어색하고 곤란하겠죠. 그리고 그것은 어른이 피하는 것이랍니다. 그쪽은 어떠시죠?” “마찬가지입니다.” “좋습니다.” 무엇이 좋다는 건지 모르는 체로 그렇게 말했는데 내 앞의 두 명이 웃었다. 나는 그가 건네는 커피를 받아 든 뒤 카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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