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4일 금요일

원뿔 같은 것

그는 살아 있다.
찻잔에 묻은 입술 모양의 얼룩이 그걸 잘 말해준다.
적당히 잊혀질 하루의 한 조각,
조각을 만지면 차가웠다. 한 주간 한파였다.
집집마다 동파가 이어졌다.
그는 이 조각을 적당히 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세게 쥐면 망가질 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질 수도,
그러나 할 수 없었다.
그는 입을 헹구러 갔다.
물을 틀면 차가웠다. 흘린 그의 일부가 역류했다.
이런 시대엔 대단히 어색하게도,
그는 이 지역에서 채취할 수 있는 돌과 나무로
손수 집을 지었는데 차돌같이 단단했던 생활은
한 조각이었다. 정말 한 조각만 남았다.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고 새로운 원뿔 모양인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이자 마지막 원뿔이다.
그리고 그의 당부라면,
만약 여기까지 읽고 있는 당신에게,
차가운 줄도 모르고 원뿔을 만지고 싶은 당신에게,
원둘레에서 솟은 정점까지 진심으로 닦아주길.
어느 집에나 보풀 많은 수건이
하나쯤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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