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일 수요일

넌 착해?

한선생이 줄곧 해오던 말이 있다. 애들은 선과 악이 없다.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 들어나 보자.

복도에서 쪼로로 달려온 낯선 아이가 물어본다. 

“선생님은 착해요?”

한선생은 질문의 저의를 파악한다.

“넌 착해?”

“네. 전 착해요.”

대답을 하고 싶어서 달려온 건 아닐까. 가끔 그들의 행동과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언제쯤 생기는지 궁금할 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악설을 좋아한다. 선호에 가깝다.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토론이 있는 날, 성선설 팀 대표가 패배를 선언하고 토론을 시작한 적도 있다.

“저희가 깊게 고민했는데 셋이 모두 성악설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흰 졌어요. 깔끔하게 숙제 해오겠습니다.”

논리 수업을 할 때도 기억난다. 

“나는 생활 속에서 선후 인과의 오류를 겪었다. 동생은 자신이 견과류를 먹으면 혀가 간지러워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는데 몰래 아몬드가 든 빵을 주니까 아무렇지 않게 잘 먹었다.”

역사 수업을 할 때도 기억난다.

“역사 속 인물과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세종대왕님과의 저녁식사를 하고 싶어요. 한정식 집이 세종대왕님 입에 맞으실 것 같고. 앙부일구를 만들 때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고 싶네요.”

“더 궁금한 건?”

“어릴 때, ‘진짜로’ 태조께서 책을 다 가져갔을 때 울었는지?”

예술 수업을 할 때도 기억난다.

“선생님. 고흐는 마스크를 낄 수 없겠네요.”

저의를 생각하지 않는 게 어른의 배려일까. 

어른들은 귀가 없어도 마스크를 낄 수 있는 방법을 우선하는 사회를 생각하라고 말했고 어른들은 고흐의 귀 모양을 본떠 기념품 지우개를 만들었고 탈부착 가능한 귀가 달린 핀을 만들어 팔았고* 어른들은 인간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기록하였다.




*https://philosophersguild.com/products/van-gogh-and-ear-p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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