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8일 화요일

비행선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 닿고 싶다. 지금은 병상에 누워 간호를 받고 있지만 이 몸은 언젠간 나을 것이고 나는 준비가 마쳐지는 대로 내가 염원하던 곳에 가고 싶다. 거기에서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멀리 나왔다는 것에 감회를 느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가문은 부유한 편이어서 아버지께서는 내게 관상용으로 허락된 비행선을 준비해 주셨다. 이 몸이 낫기만 하면, 낫기만 하면 나는 하인스를 데리고 비행선에 올라탈 것이다. 그때부터 비행선의 용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뒤바뀌어 순전히 나를 멀리 안전하게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장수풍뎅이처럼 강력한 내구도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비행선에는 값비싼 헬륨을 가득 채워 놓았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부탁드렸다. ‘This is hydrogen.’이라는 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내부 관제실 문에 붙여달라고. 왜냐하면 수소는 폭발성이 있는 위험한 기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수소 비행선은 사장되었지만 그 특유의 저렴한 기체가 갖고 있는 여러 범위로의 범용성! 어디로든 나다닐 수 있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싣고 다니는 유용함에 대해 난 호감이 있었다. 물론 실제로 채워 놓은 것은 helium이니까 이미 안정성은 보장된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나를 보좌해줄 이들 중 하나인 하인스는 나보다 더 병약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심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집 안에서 가장 병약한 사람은 나여야 하는데! 물론 나는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이므로 이 집 안에서 가장 병약한 사람인 것이 맞다. 하지만 하인스의 희고 병약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어찌 나를 간호하는 일을 평상시에 잘 처리하고 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다행히도 하인스와 나는 기사 편력 소설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만일 그가 그걸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성질이 괄괄한 노인들처럼 침대에 누워 식사를 가져올 때마다 소리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흰둥이 놈! 어서 썩 식사를 가져다 놓고 자리를 뜨지 못할까!’ 물론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실제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맛있는 반찬이 있다고 해서 하인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의 소임을 다할 뿐이고, 그것을 명예롭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버지께서 비용을 부담해준 관상용 비행선 ‘드럭커’에는(나는 이 이름이 장수풍뎅이 같기 때문에 이렇게 지었다) 내 모든 지식이 집약된 간결하고 아름다운 설계도가 첨부되어 있다. 물론 실제 설계는 비행선 제조 공장에 맡겼지만 말이다! 아니, 사실은 이건 거짓말이고 아직 비행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단지 내 방 안의 초록색 벽면에 스티커로 붙여져 있다. 사실 내가 걸린 이 병은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책상 위에는 하인스가 채집해 온 장수풍뎅이가 유리 벽에 갇혀 있고 식사를 가져오는 하인스는 나와 그리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비행선은 아직도 공장에서 제조 중이고, 사실 모든 비행선은 이미 퇴역한 지 오래다. 책에서 나는 그걸 읽었다.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 닿고 싶은가? 그러려면 이 병이 낫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떠나야 할지도. 왜냐하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천사 하나가 다가와서 내게 말한다. 비행선의 죽음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本에 귀속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그럼 분명히 원하는 곳에 닿을 거라고. 물론 나는 나의 죽음을 그렇게 아름답게 말하는 천사의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천사의 손을 잡고 저 방문을 가리키며 이곳을 나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심 나는 저 천사의 말을 믿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산업에서 비행선을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인가?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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