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4일 월요일

첼로 연주자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집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서 집이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큰 돌개바람이 다가와 원형의 호선을 그리며 떠올라 먼 곳까지 날아가지 않았을까요. 집이 사라져서 난 슬펐습니다. 왜냐하면 거기 사는 가족 또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난 그들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도 나를 좋아했을까요? 집이 먼 곳까지 날아간 게 사실이라면 그들이 도착한 그곳은 살기 좋은 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나는 이러한 사정을 지인인 탐정의 거처에 와서 설명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 탐정은 추리를 하지 않는답니다. 평소에는 안락의자에 누워 있기만 하고요. 가끔은 추리 소설을 양손으로 들고 펼쳐 봅니다. 그 책들을 꽤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건 내 인상입니다. 그는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그것참 별로 대수롭지는 않은 일이네, 라고요. 이것이 대수롭지 않다면 어떤 것이 대수로운 일일까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날아간 집을 찾고 싶어? 정확히는 날아갔는지도 어떤지도 잘 모르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왠지 집을 잃은 일이 블랙잭을 하다가 단 몇 개의 숫자 차이로 아깝게 돈을 잃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되었습니다. 물론 날아간 집을 찾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실제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입을 열어 물었습니다. 당분간 여기서 좀 머물면 안 될까? 날아간 내 집에 지갑이 있었거든. 돈이 하나도 없어. 안 돼. 왜.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악기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그것은 육중한 몸체의 첼로였습니다. 내가 연주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악기이기도 하고요. 이것 가지고 돈을 벌면 되겠지. 그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디서? 저쪽 블록의 성당 옆에서 해 봐. 네 실력이면 할 수 있을걸.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문제는 나의 마음속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그런데 난 좀 슬퍼. 슬프면 연주를 할 수가 없어. 자꾸 손이 엇나가고, 실수만 하게 되거든. 네가 슬픈 이유는 뭐지? 나는 말했습니다. 집이 사라졌던 일이 슬퍼. 이제 난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거든. 그리고 거기 살던 사람들의 얼굴도 이젠 보지 못하게 되었어. 모두가 병이 나서 오랫동안 멀리 떨어진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과 같은 일이지. 그가 말했습니다. 다른 점은 그 돈을 네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겠지. 넌 실력이 있고, 벌 수 있는데 뭔들 못하겠어? 난 말했습니다. 싫어, 취미를 가지게 된다는 일이 싫어! 난 연주만 하고 싶어. 그 일이 뜻하는 건 항상 연주하는 자리에다가 모자를 가져다 놓고, 이국적인 인상을 주면서 때때로 연주를 멈추고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하고, 특히 그곳을 거니는 아무 연관도 없는 관광객들이 웅성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올 거란 거야. 난 그게 싫구나. 난 연주만 하고 싶거든. 그런데 나는 이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뭘까? 그가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아름다움. 나는 어쩐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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